[르포] 우리가 호구인가…과천·노원, 공공주택 반발

  • 송고 2020.08.13 09:47
  • 수정 2020.08.14 11:23
  • EBN 임서아 기자 (lims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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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공급과잉으로 인한 집값 하락 우려

노원 환경파괴·교통체증 부담 걱정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근처에 공급대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EBN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근처에 공급대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EBN

"서울 강남만 시민이고 우리는 호구인가요?"


정부가 8·4 주택공급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근처에는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줄지어 걸려있었다.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를 개발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거부 의사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4000가구를 시작으로 택지 개발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과천 정부과천청사역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 김씨(47·남)는 "서울 집값이 오르면 그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지 왜 과천에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과천 시민은 생각지도 않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과천 시민들의 반대 이유에는 집값 하락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 일대는 이미 예정된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 임대주택까지 짓는다는 소식에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호가가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과천에는 △과천위버필드(2128가구) △e편한세상시티과천(549실) △힐스테이트과천중앙(319실) △과천지식정보타운(12개 단지) 등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 △과천위버필드(2128가구) △과천자이(2099가구) 등 신규 입주 물량도 많은 상황이다.


과천 원문동에 위치한 H공인중개사는 "요즘 주택공급 얘기로 시끄럽다"며 "과천에는 이미 많은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공공주택까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하계역 근처 아파트와 도로에서 차량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EBN

하계역 근처 아파트와 도로에서 차량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EBN

과천 이외에 서울 노원 주민들도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태릉골프장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택지를 개발해 주택 1만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하계역 근처에서 만난 시민 박씨(52·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노원 사람들이 집값 때문에 개발을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갈매나 신도시에 사람들이 늘면서 이미 교통이 혼잡한데 주택이 더 늘어나면 교통체증이 심해질까 봐 걱정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주민들은 교통문제는 물론 녹지훼손에 대한 우려도 컸다. 태릉 골프장 부지는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들의 훈련장으로 시작됐다가 1970년대에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상계역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41·여)는 "태릉골프장 근처는 나무도 많고 해서 여유롭게 걷기 참 좋은 곳"이라며 "서울숲처럼 녹지공원으로 만들면 좋은데 이 좋은 곳에 아파트만 있다고 생각하니 속상하다"고 했다.


정부는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와 태릉골프장 택지를 개발해 주택공급을 늘릴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 진행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 등이 있지 않을 경우 개발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과의 협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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