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특명 "정유 버티고 화학 고도화"…체질변화 총력

  • 송고 2020.08.13 14:54
  • 수정 2020.08.13 15:40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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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수요 회복 지연…중국 석유화학 대규모 증설 예고

고부가 윤활유 매출 비중 미미…"투자 비용이라도 낮춰야"

GS칼텍스 여수 공장 전경

GS칼텍스 여수 공장 전경

국내 정유사 고심이 깊어진다.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이 기울면서다. 코로나19로 악화한 정유 수요는 2022년께나 회복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위기는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그간 석유화학사업으로 주력사업 의존을 낮춰왔지만 이마저도 중국과의 치킨게임이 전망돼 쉽지 않다. 전기·수소 충전소 확충도 한 방법이지만 아직은 시범도입 수준에 그쳐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악화한 정유 시황에도 불구하고 설비 증설 등을 통해 정유·화학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유사의 가동 재개는 국내 정유사에 악재다. 대형 정유사만으로도 부담인데 중소정유사(티팟·teapot refinery) 가동률 확대와 증설이 예고돼 중국향 수출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미뤘던 증설은 최근 재개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화학 복합 컴플렉스 건설을 승인했고, 각종 소규모 설비들도 하반기 들어 증설에 시동을 걸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책 상으로 국영 정유사는 쿼터 내 수출·입을 모두 할 수 있지만 티팟은 제품 수출이 불가해 전량 내수로 판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자체 확충 여력이 생기면서 수입을 점차 줄여가게 된다.


국내 정유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정유로 수익 내야하는데 고부가인 윤활유는 매출 비중이 너무 적어 석유화학을 키울 수 밖에 없지만 중국이 공급 부담을 가중해 걱정이다"고 말했다.


투자비용이라도 줄이는 게 그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부연이다. 실제로 일부 정유사들은 국내 화학사들과의 합작사 설립으로 투자 부담을 절반으로 낮췄다.


GS칼텍스 모회사인 GS에너지는 롯데케미칼과 합작사인 '롯데GS화학'을 출범했고 현대오일뱅크는 OCI, 롯데케미칼과 각각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직 합작사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SK울산컴플렉스 전경

SK울산컴플렉스 전경

연료 전환을 대비해 전기·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충전소를 세울 수는 있지만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 지 예측부터가 쉽지 않아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손잡거나 정부의 지원이 있지 않는 이상 사실상 정유사 자체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아직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4사는 올해 상반기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정제마진이 악화한 영향이다. 하반기는 흑자전환이 점쳐진다. 다만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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