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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셀트리온 서정진 5시간 주총의 의미

  • 송고 2023.03.31 06:06 | 수정 2023.04.04 04:38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김남희 EBN 미래산업부 차장.ⓒEBN

김남희 EBN 미래산업부 차장.ⓒEBN

셀트리온 주주총회는 '특별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들어왔던 터라 인천 송도를 향한 기자는 기대감을 가졌다. 인산인해를 이뤄 파티 분위기를 내는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와 같은 이미지를 그렸다. 하지만 기자의 오판이었다.


28일 오전 8시 송도 컨벤시아에 도착하니 삼엄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도열한 보안요원들이 주총장을 지켰고 비장한 각오가 엿보이는 주주들이 '서정진 사퇴'란 띠를 둘러메고 줄줄이 입장하고 있었다. 17일 실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총이 차분한 모습으로 끝낸 것과는 달리 셀트리온 주총장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가득했다.


새벽 2시 부산에서 버스를 대절해 30명의 주주들과 함께 왔다는 한 주주는 격앙된 목소리로 "셀트리온 주식으로 몇 억 날려보시면 우리 마음 알겁니다"며 "우리는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고 토로했다.


아우성과 소란이 주총장을 채웠다. 곳곳에서 서진석 이사회 의장과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주가 하락으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서정진이라는 특정 인물이 주도하는 경영에 문제 삼은 한 주주는 "서정진 회장은 주주들을 현혹 시킨다"면서 임원 보수와 사업 형태, 신약 개발 현황 등을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모진 질타를 받는 이런 무대는 창업자인 서 회장이 다시 경영 복귀하며 맞이하는 첫 시험대다. 서 회장은 복귀 첫 관문으로 '날선 주주'라는 허들을 넘어야 했다. 서 회장은 67세란 나이에 5시간 주총 중 꼬박 4시간을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마라톤 주총'에서 뼈아픈 주주들의 공세를 직면했다. 그리고 물러나지 않았다.


주주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서 회장은 연신 사과를 했다. 셀트리온 주가 하락을 언급하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게 없다"면서 "주총을 진행시켜야 하니 주총 이후 제가 저녁을 모실 테니 밤새 주주들의 질문을 받고 의견을 듣겠다"고 주주를 달랬다


서 회장은 "제가 경영에 그냥 복귀한 게 아니"라고 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미국 허가 현황,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 외국 제약사 인수합병(M&A) 등 올해 펼쳐질 사업 전략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설명했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직접 영업을 뛰겠다는 의지를 비롯해 성장동력을 외부서 찾는 등 1~2년 사이에 있을 계획도 밝혔다. 인수합병 실탄으로 개인주식까지 활용하겠다고 선언했고 2700억원의 개인부채로 '일감 몰아주기' 관련해 납부해야 할 세금을 내겠다고도 털어놨다.


그리고 주주들에게 부탁했다. "주주님들. 우리 임직원들이 어디 갈 데가 없어서 여기 있는 거 아닙니다. 삼바, SK 등 경쟁사로 성과급 더 받고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결코 경쟁사보다 연봉 많이 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기술이 생명인데 인재 없이는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고맙게도 우리 직원들은 인력 많이 뽑자고 보채지도 않습니다. 이런 우리 임직원이 서로 힘을 모아 일을 할 수 있게 주주들께서 지켜봐주고 도와주십시오."


서 회장이 다시 임원으로 복귀한 그의 첫 행보는 '소통'이었다. 정기주총에서는 주주들과, 29일 기자 및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선 언론과 투자자 소통을 진행했다. 4월에는 전 임원이 유럽과 미국을 돌며 글로벌 IR(투자설명회)을 돈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모여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다. 정치에 비유하면 국가 주인인 국민들이 직접 참석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무대다.


그래서 일까. 기자들을 만난 서 회장은 "회사의 주인은 대주주가 아니라 주주들이다"면서 "우리는 주주들 대신해 경영을 하는 것으로 명예로운 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자신만의 주총 문화가 있고 업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요식행위의 주총 일색이었던 기업계에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질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기자는 난상토론일지언정 서로 마주하고 속내를 털어 놓는 5시간의 주총이 의미하는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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