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외 수출에 영향 미치는 요인 많아…단기간 급락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
가계부채 증가폭 확대됐으나 우려할 정도 아냐 "거시경제 우선하지 않을 수 없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0.50%)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은 수출·설비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나은 흐름을 보인데다 3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코로나 재확산의 경제적 영향은 연초보다 작고 8월 재확산보다는 다소 큰 수준일 것"이라며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2분기를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으나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코로나가 당분간 더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의 경기흐름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재확산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흐름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과 국내 설비투자도 회복되는 흐름을 예상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했다"며 "코로나 재확산세의 부정적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어느 정도 그 영향을 넘어설 만큼 수출이 생각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년도 전망치를 높인 주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던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에서 전망치를 -1.1%로 상향조정했으며 내년 전망치는 기존 2.8%에서 3.0%로 조정했다.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은 코로나가 겨울철에 확산세가 지속되겠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재 2단계에서 1.5단계로 점차 완화되고 내년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도 진정된다는 조건을 전제로 제시됐으며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이나 내년 말 이후까지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은 배제됐다.
최근 들어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환율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과거와 달리 많은 요인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10월 이후 IT부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많이 회복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총재는 "수출품의 품질경쟁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이 해외에 많이 진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수요와 국제교역상황, 코로나 전개상황 등 다른 요인도 수출에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주고 이런 불확실성은 결과적으로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월부터 11월 20일까지 두 달 정도의 일평균 수출규모는 약 20억달러로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연초와 같이 전세계적인 생산차질에 따른 수출감소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을 것이고 내년 연간으로 보면 반도체, 자동차 같은 주력 수출품목 중심으로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들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진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게 사실이나 단기적으로 금융리스크를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코로나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를 변경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는 완만하지만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아직까지는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이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장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우려할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며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금융안정상황이나 구조조정 지연 문제도 확인하지만 거시경제를 우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내년 중반 이후 안정될 것으로 생각하나 섣불리 완화기조를 거둬들일 상황은 아니고 현재로서는 통화정책기조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회복이 좀 더 가시화되고 안정적인 성장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때는 미리미리 여러가지 완화조치들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정상화할지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 국고채 2년물 발급 추진 등 국채 발행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통안채 금리와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 총재는 국고채 2년물 발행으로 통안증권 수요가 구축될 경우 새로운 만기물 발행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경기회복 지원과 뉴딜정책 추진 등으로 국고채 발행물량 증가가 예상되고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수급불균형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통안채와 국고채 금리격차가 확대됐는데 이는 국고채보다 통안증권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줄고 정부의 국고채 바이백 물량 확대 기대 등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의 국고채 단기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채 2년물이 발급되면 통안증권 2년물 수요를 일부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통안증권 수요가 구축될 경우 RP매각 비중 확대 등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조절하고 필요할 경우 통안증권의 새로운 만기물 발행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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