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올해 2분기 대손충당금 1조348억원…은행 순이익에 영향
코로나19 금융지원, 은행 연체율 착시효과…적절한 충당금 산정 어려움
은행권이 고객에게 빌려준 돈이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충당금을 확대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커지자 대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의 영향으로 은행 연체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어 적정한 충당금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은행권은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잠재 부실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2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총 1조34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전분기에 기록한 4652억원의 2배 이상이고 전년 동기(4280억원)와 비교해도 2배 이상 큰 금액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은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권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기에 취약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대손충당금 산정방식이 개선되면서 신규 전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도 있다.
은행권은 지난 6월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대손충당금 산정 시 반영하는 미래전망 방식을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은 IMF 외환위기에 준하는 미래전망을 토대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그 결과 현재 은행권 대손충당금은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쌓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1000억원(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대손충당금이 급증하면서 대손 비용이 늘어나 순이익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처럼 충당금 규모가 매 분기 증가하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초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이 대출 증가율에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다"며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과신을 우려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현재까지 쌓은 대손충당금도 충분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연장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가 은행 연체율에 착시효과를 일으키면서 적정한 충당금 산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0%로 지난 3월 말(0.22%)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은 급증했는데 정부의 금융지원 영향으로 연체율은 최저를 기록하는 왜곡이 발생한 것.
그러나 이 조처는 당장 다음 달 말에 종료된다. 이에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부실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고있는 대출은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이다. 만기연장이 116조6000억원(65만5000건),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3만7000건), 이자 상환유예 5조원(1만2000건)에 이른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이라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며 "이에 은행은 충당금 적립과 함께 대출 연착륙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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