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수요부재' 집값 하향 변동성 확대 선제 조치
'청약·여신·세제' 구입 장애 완화일뿐 거래 확대 요인 없어
'집값 안정' 목표에 향후 점진적 추가 완화 기대도 요원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과 9월에 이어 11월까지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이은 규제지역 해제는 부동산 거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10일 오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에는 경기도 9곳을 해제했고 조정대상지역은 경기도 22곳 및 인천 전 지역(8곳), 세종 등 총 31곳을 풀었다.
이에 따라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4곳만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2중 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규제지역 해제는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오는 14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의 규제해제 결정은 향후 경기위축 및 수요부재로 집값 하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최근 주택시장은 총 주택 월평균 거래량은 9월까지 평균 4만6422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집계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거래시장이 위축됐다. 연내 가격 하락세도 뚜렷한 상황이다.
해제 지역은 세금·대출·분양·정비사업 등 주택시장의 청약·보유·거래 전반을 제약했던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규제지역이 해제되면 대출과 세제·청약·거래(전매 제한) 등 집을 사고파는 전과정과 관련한 규제가 크게 완화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15억원 이상 주택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LTV는 10%포인트 완화돼 9억원 이하 주택은 50%, 9억원 초과는 30%가 적용된다. 주택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은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청약 재당첨 기한은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LTV 규제가 70%로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는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며 LTV는 50%가 적용된다.
이번 규제지역 완화 조치로 거래부담은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시장에서는 거래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규제지역 해제는 청약·여신·세제와 관련해 구입 장애가 없어졌을 뿐 거래당사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수자의 입장에선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매입 의지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매매가 상승이 정체된 상황 속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고려치 않고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내년 수도권 일부 지역은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부담이 현실화 됐고 취득세율 부담으로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을 기대하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함 랩장은 규제지역 해제로 다시 집값이 불안해질 확률은 한동안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출 이자부담과 거래 침체로 과거처럼 낮은 규제의 틈새를 찾아 유입된 공시가격 1억~3억원 이하 소액 주택 거래나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를 노린 투기적 가수요, 갭투자 움직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일대 규제지역 해제 외에도 취득, 양도 단계의 세금 중과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경기 호황기 집값 조절 수준으로 활용한 전매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정책들의 빠른 궤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규제가 묶여있는 데다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부동산 하락론이 대두되는 상황은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지역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반기 들어 급속도로 냉각되고 수요가 실종된 시장 변화 속에서 예고된 규제 완화의 속도를 한층 높임으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현재는 정책보다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수요자들이 절실하게 체감하는 금리인상, 특히 대출금리가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세를 거스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는 해당 지역의 세제, 대출, 재정비사업과 관련된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대출규제 완화는 실수요자들의 한도를 높여주는 기준이 된다. 또한 분양 관련된 완화책도 분양 수요가 확대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서울 및 경기도 일부지역의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는데 지금은 핵심지역의 규제가 완화되고 재정비사업 제도가 확정되어야 수요자들이 일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대출규제 완화도 개인별 DSR 규제가 남아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보다 내년 부동산 시장과 이에 파생되는 건설,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이 연착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기조와 더불어 국토부 장관의 '서울 집값은 더 내려가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규제지역 대폭 완화 해제는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했다는 것은 정부가 공언했던 시장정상화의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점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제 다음 대상지역은 서울/수도권이기 때문"이라며 "새 정부 들어서 실행된, 가장 가시적인 규모의 규제완화가 오늘의 규제지역 해제/조정이라는 점에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실질적으로 이제 규제지역은 서울과 주요 수도권으로 집중됐다. '시장상황을 반영한 완급조절'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대출 같은 다른 부동산 규제가 크게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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