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 시가총액 14조…2018년 소프트뱅크 이후 최고 ‘대어’
2020년 상장 승인후 재진행…“SK하이닉스, 투자금 회수 가능”
SK하이닉스가 간접 출자한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홀딩스(구 도시바메모리)'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금 회수 여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오는 10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조5000억 엔으로 한화 약 14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18년 소프트뱅크 상장(7조1800억 엔) 이래 일본 증시 역사상 역대 최고 규모다.
그간 키옥시아는 SK하이닉스에게 지속적인 손실을 안겨줬다.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평가이익은 2020년 1조6683억 원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냈지만, 낸드 시장 침체를 겪으면서 2021년 3719억 원까지 급감했다. 1년 새 5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키옥시아는 2020년 말 30% 가량의 감산을 결정했다. 2022년부터는 평가손실로 돌아서 사실상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1조882억 원 △2023년 1조6558억 원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023년 계획했던 최첨단 낸드 생산 시점도 2025년 가을로 연기한 상황이다.
당초 키옥시아는 점유율 12.4%를 보유한 낸드 세계 3위 기업으로 2018년 도시바로부터 독립, 2019년 사명을 키옥시아홀딩스로 변경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회사가 키옥시아홀딩스의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도시바는 41%의 지분을 보유했다. 나머지 3%는 호야가 지분이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인수전에 약 4조 원을 투입해 투자에 나섰다. 베인캐피털이 조성한 사모펀드에 2조7000억 원 가량을 출자했고, 나머지는 도시바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의 지분율은 최대 34%로 지분가치는 4조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키옥시아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승인받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 심화에 시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상장 직전 계획을 연기했다.
키옥시아 상장은 SK하이닉스에게 투자금 회수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낸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상장 후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당초 투자금인 3조9000억 원을 회수할 수 있고, 향후 지분 보유를 통한 키옥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낸드 공급과 관련해서는 "키옥시아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낸드 신규라인 증설과 기존 생산라인 전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키옥시아 상장이 낸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낸드 시장의 경우 현재 수요 양극화에 따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용 SSD 수요만 대폭 증가하고 소비자용 SSD 수요는 부진하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기업용 SSD 시장은 2위인 SK하이닉스와 1위인 삼성전자가 독과점적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HBM과 유사하게 맞춤형 주문 방식의 시장 구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0.4%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47.4%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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