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가격 올리려면 30일 전에 고객 동의 받아야
다크패턴 행위 땐 3개월 영업정지…과태료도 부과
정부가 쿠팡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쿠팡의 ‘랭킹 조작’ 혐의에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숨은 갱신)에 대해서도 칼을 빼 든 것이다. 멤버십 가격 인상·유료 전환 시 허들을 둬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인데 사실상 계약 해지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 쿠팡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전자상거래법)’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시행(2025년 2월 14일)을 앞두고 시행령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정기결제 대금이 증액 또는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 통신판매업자(이커머스)에게 소비자의 사전 동의·고지 의무를 부과하면서 구체적인 사전 동의·고지 기간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했다.
이번에 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사항은 통신판매업자가 정기결제 대금이 증액 또는 유료로 전환되기 전 증액의 경우 30일, 유료 전환의 경우 14일 이내에 소비자의 동의를 받고 증액 또는 전환의 취소 방법 등을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증액 또는 유료 전환과 근접한 시기에 소비자 동의·고지 의무를 부과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본인도 모르게 원치 않은 불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피해를 예방해 궁극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공정위의 주요 타깃은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 4월 12일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시점은 8월 7일로 약 4개월 전에 소비자에게 계약 변경을 고지한 것이다.
아울러 쿠팡은 상품 결제창에 ‘회비 변경 동의’ 문구를 넣고 결제를 누르면 멤버십 가격 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사실상 다크패턴에 해당한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쿠팡은 약 한 달간 동의 의사를 재차 확인할 수 있도록 자진 시정했다.
쿠팡의 멤버십 가격 인상 추이를 보면 2021년에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한 이후 이번에 7890원으로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2021년 인상 당시 고객 이탈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되레 회원 수는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멤버십 회원 수는 1400만명에 달한다.
이달 가격 인상으로 이른바 ‘탈쿠팡족’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당장은 혜택 대비 가격이 낮은 편에 속해 고객 이탈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이 월 회비 인상 소식을 전한 지난 4월 3091만명이었던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달 3166만명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공정위 입법 예고안이 원안대로 유지될 경우 쿠팡은 내년 2월 15일 이후 멤버십 가격 인상 시 실제 인상 시점 30일 전에 고객에게 동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쿠팡이 우려하는 부분은 멤버십 가격 인상 시 회원 이탈 가능성이다.
당장 멤버십 인상 시점과 고객 동의 시점이 줄어드는 만큼 혜택과 가격 사이에서 괴리를 느낀 고객은 멤버십을 해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이유로 공정위의 입법 예고안이 사실상 쿠팡의 멤버십 가격 추가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공정위가 다크패턴 관련 위반 행위 시 영업정지·과태료 부과 기준도 마련하면서 쿠팡을 더욱 옥죄는 모양새다. 1차 위반의 경우 영업정지 3개월, 2차는 6개월, 3차는 12개월이다. 과태료는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이상은 500만원으로 설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은 멤버십 증액을 3달 전부터 소비자에게 홍보를 하고 동의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 “현행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법 개정이 되면 3개월 전에 동의를 받았어도 증액 전 30일 전에 한 번 더 소비자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 예고 기간은 지난 27일까지로 제출된 의견을 검토해서 반영 여부를 결정하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가 남아 있다”면서 “법 시행이 내년 2월 14일인데 현재 일정 상 내년 1월을 목표로 개정을 끝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