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타파 위한 신성장부문 신설 및 외부인사 영입 실행
역대회장들도 못한 실험…강력반발 예상, 최정우 리더십 시험대
순혈주의 타파를 위한 포스코 최정우호의 거대한 실험이 첫 윤곽을 드러냈다.
포스코는 20일 단행된 조직개편 및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신성장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수장으로 전략기획통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선임했다.
기존 주력이었던 철강부문이 철강·비(非)철강·신성장 3개 부문으로 나뉘어졌다. 그동안 비주류였던 비(非)철강·신성장부문이 포스코그룹 내에서 반세기 동안 주류를 이뤄온 철강부문과 동격으로 올라선 것이 인상적이다.
최 회장이 포스코의 미래로 지목한 이차전지 등을 포함한 신성장부문을 이끌 수장으로 정통 '포스코맨'이 아닌 외부인사인 오 부문장이 영입된 것도 큰 변화다.
또 산하기관으로 최 회장의 지론인 '기업시민' 이념을 이행할 산학연협력실이 신설되면서 해당부문에 힘을 싣게 된다. 산학연협력실의 수장도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전문가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선임됐다.
포스코는 오랜 기간 내부 인사가 회장직을 관행처럼 물려받고 특히 서울대와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이 그룹의 전반적인 상황을 결정해오는 폐쇄적인 구조를 이어왔다. 이에 회사 안팎에서는 '포피아(포스코 마피아)' 논란까지 일 정도였다.
더욱이 자체 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정경유착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포스코의 숙원인 보수적 기업 이미지 타파는 요원해지는듯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지난 7월 회장직에 취임한 전후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포스코 회장으로서는 드물게 비(非)엔지니어-서울대 출신 CEO로 취임하자마자 회사의 개혁방안 마련을 위해 100일간 내·외부의견을 수렴했다. 윗선에서 회사경영 방침이 결정되면 실무진과 현장에서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기존 하향식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변화다.
이후 100대 개혁과제 발표를 통해 외부인사 영입 등을 바탕으로 한 조직개편을 예고하며 순혈주의 문화와의 결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결국 실행단계까지 왔다.
최 회장의 개혁의지는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최근 그룹에서 운영하는 청암재단과 포항공과대학(포스텍) 이사장에 외부인사를 영입하거나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공석으로 남겨뒀다.
해당직은 박태준 초대회장 이후 계속 현직 포스코 회장이 맡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사상 최초로 깨진 것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구상만 하고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 순혈주의 청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순혈주의 타파 등 포스코의 개혁은 상당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 회장도 오는 2019년까지 점진적 실행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반에는 생소한 기업문화 유입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임직원들간 대화와 설득작업을 최 회장이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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