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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이 복지는 아니지만

  • 송고 2019.09.25 16:20 | 수정 2020.08.04 08:59
  • EBN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이윤형 기자/금융증권부

ⓒ이윤형 기자/금융증권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출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모두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미안하지만, 신청금액이 기준 공급목표치를 넘어서면서 주택가격 상한선이 9억원에서는 잘리지 않을 테니 부자들을 위한 상품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출시 전부터 '서민'과 동떨어진 자격 요건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설명이었지만,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편으론 무책임하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안심전환대출이 총대출 한도 20조원을 넘어서면 담보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신청금액이 늘어날수록 그동안 제기됐던 서민형 기준 논란이 잦아들 것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접수 8일째인 지난 23일 오후 4시 기준 안심전환대출 신청 금액은 누적 26조627억원(22만3779건)을 기록해 총 대출 한도 20조원을 넘어섰다. 안심전환대출 신청 기한은 오는 29일까지인 만큼 신청 금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집행될 것이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은 해소된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정책금융 혜택 자체가 애초부터 빚내서 집을 산 중산층 유주택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충분히 서민적"이라고 토로한다. 현재까지 신청된 평균 대환금액이 1억원 정도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준 공급목표를 훌쩍 넘어선 현재까지도 형평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출 요건 자체가 서민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연소득 8500만원(신혼부부·2자녀 이상 1억원) 이하의 1주택자에게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평균 3억524만원(서울 6억4471만원)인 점을 볼 때 안심전환대출의 주택가격 조건인 9억원은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소득 조건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로에 따르면 소득 7000만원 이상은 10가구 중 3등 이내 수준이다.


전국 주택 시세보다 3배 비싼 집을 보유한 소득 상위 30%안에 드는 사람을 서민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무주택 서민이 높은 집값으로 인해 주거불안정에 시달리는 상황에 고가 유주택자에게 정책금융 혜택을 준다는 데 대해 논란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무주택가구는 862만가구로 전체의 45%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무주택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금리는 이보다 높게 형성돼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는 현재 2.7~2.8% 수준으로 안심전환대출보다 1%포인트 더 높은 상황이다. 물론 정책금융상품 중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이 역시도 0.5%포인트 정도 높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정책금융상품 혜택이 제 주인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평이 쏟아지지만, 당국은 불편함만 드러내고 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세금을 깎아주면 해당 안 되는 분들은 왜 나는 안 깎아주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접근하기 시작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금융은 복지가 아니다. 하지만 정책금융의 성격 자체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인데다, '서민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행한 만큼 심리적으로라도 형평성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부도 감안해야 한다.


마침 은 위원장도 안심전환대출 형평성 논란에 대해 "목표한 부분에 우선 집중하고 정책적 여유가 생기면 다른 부분을 대상으로 정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전세대출과 무주택자에 대한 부분은 또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만큼 여론 수렴을 통한 조속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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