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정제마진 강세…4분기 저유황유 호조
2020년 상반기 이후 정제마진 전망 불투명
에쓰오일, 화학 강화…TC2C 기술 도입 검토
현대오일뱅크, 초저유황선박유 특허 출원
SK이노, 내년 중 해외 배터리 공장 가동
실적 방어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유업계가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 안팎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다. 정제마진 개선이 지속되기에는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각기 다른 중장기적 생존 방안으로 제2도약을 노리고 있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실적을 발표한 정유사뿐 아니라 GS칼텍스도 올해 3분기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맛볼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역마진에 가까운 정제마진 타격을 입은 정유사들은 3분기에 영업이익을 개선했다.
정유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대비 소폭이지만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 개선에도 불구하고 재고 관련 손실 증가로 전 분기 대비 2134억원(석유사업부문) 감소했다.
정유사 실적의 핵심인 정제마진은 역내 업체들의 정기보수, 드라이빙 시즌, IMO 2020의 조기 효과 등으로 상승해 3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7달러까지 반등하면서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웃돌았다. 제품별로는 휘발유 4달러, 경유 3달러, B-C유 3달러 올랐다.
다만 정제마진 강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IMO 2020 저유황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져 정유산업을 떠받치고 있겠지만, 이후로는 IMO 2020 대응 방안 중 하나인 스크러버 장착 확대, OPEC 감산 정책 대립, 중동지역 분쟁, 경제불황 등 각종 변수로 예측이 어렵다.
실적의 또다른 축인 화학사업은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를 제외한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PX(파라자일렌) 스프레드 약화로 화학사업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와 보합세 시황을 이어갔다.
불안정과 침체를 동시에 떠안은 정유사들은 저마다의 중장기적 생존 방안을 구축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사업을 고도화 전략을 세웠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알려지다시피 배터리라는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은 화학을 강화한다. 지난 23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람코가 개발한 TC2C 기술 도입 여부를 2021년 상반기에 확정한다고 언급했다. TC2C 기술은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기술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투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도화율 1위인 현대오일뱅크는 강점을 살려 정유 부문에 속도를 낸다. 현대오일뱅크 고도화율은 40.8%에 달한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33.8%, 29%로 알려졌다. 고도화율이 높을수록 휘발유나 경유 생산이 늘어 수익 증대에 용이하다.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최초의 신기술인 독자적인 용제처리 방법을 적용한 초저유황선박유 생산공정을 개발해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초저유황선박유는 경유를 베이스로 다른 제품을 혼합해 만든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설비 일부를 'VLSFO 생산공정'으로 변경하고 시운전을 완료했다. 혼합유분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아스팔텐 성분을 완벽히 제거했다.
VLSFO는 기존 선박유보다 30% 비싸다. IMO2020 이후 VLSFO 수요 증가에 따라 두 제품 간 가격 차는 더 벌어질 수 있어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에서의 탄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VLSFO가 배럴 당 80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하루 1억6000만 달러 시장을 품게 된다.
일찍이 신산업인 배터리로 눈돌린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중 헝가리 1공장과 중국 공장에서 연간 7.5GWh의 배터리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수율 안정화도 빠르게 끌어올려 2021년에는 서산 공장 수준의 생산치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밖에도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그룹Ⅲ, 그룹Ⅲ+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는 시중에 많은 그룹Ⅱ 보다도 최대 2% 연비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황 함량이 0.03% 미만이어서 환경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에서의 수요가 많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시장은 사이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각 사의 장점을 살려 특정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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