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예상한 가격 범위 중 최대치…강력한 오너십 발휘
굵직한 인수합병 경험에 우선협 선정 성공…딜 구조 관심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데는 단연 파격적인 가격 제시가 있다. 특유의 통큰 베팅력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두각을 보여 온 미래에셋대우의 컨소시엄 참여는 이번 우선협 선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데 결정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오너십이 강력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인수전에 깜짝 등장할때 부터 지금까지 유력한 인수 후보였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C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서 2조4000억~2조50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이 예상하던 가격 범위의 최대치다.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1조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건설, 항공업을 넘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추가 인수합병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번 딜을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은 향후 인수합병에서 미래에셋대우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도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전일 간담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항공산업 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HDC그룹이 항만사업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육상, 항공쪽으로 더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로 부터 '부동산114'를 사들이면서 인수합병과 사업 전략 등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정몽규 회장은 또 "아시아나항공은 우리 힘만으로도 충분히 인수가 가능했지만 박현주 회장의 안목, 인사이트를 받고 싶어서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매각 가격, 구주·신주 인수가격, 계열사 등 세부 인수 조건을 논의하는 본협상에서도 굵직한 인수합병에 경험이 많은 미래에셋대우의 노하우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옛 미래에셋증권 시절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승기를 잡았다. 강력한 오너십이 있는 증권사가 아닌 이상 써내기 힘든 가격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당시 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통합해 빠른 시간내 조직을 안착시킨 만큼 성공적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또 미래에셋대우는 PCA생명, 아쿠쉬네트, 글로벌 체인 호텔 인수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다양한 업종 업종에서 인수합병을 펼쳐왔다.
양사가 관광산업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경영 철학을 공유하고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항공업 진출을 통해 HDC그룹이 운영하는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일찍이 관광과 레저 산업의 성장성을 간파하고 여수 경도 프로젝트, 골프장·호텔·리조트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산분리 규제에 막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가 없다. 자기자본(PI)으로 투자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은 최대 20%다.
미래에셋이 보유하고 있는 호텔과 아시나아항공을 함께 이용할 경우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지분 최대치를 보유하는 딜 구조를 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국내 2위의 글로벌 항공사인 만큼 미래에셋이 투자한 글로벌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시드니·한국)와 페어몬트 오키드(하와이·샌프란시코).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등 미국 고급호텔 15곳과 접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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