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손보 능가하는 설계사 활동하는 GA "판매전문회사 도입 등 제도 마련해야"
정부·학계 "제대로 된 정보전달, 수수료 공개 등으로 고객신뢰부터 되찾아야"
생·손보업계 전속설계사보다 더 많은 설계사가 활동하고 있는 GA업계에 대해 이제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을 비롯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불완전판매 등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문제들에 대한 개선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병욱의원실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통한 보험산업 발전방향 모색' 세미나를 개최하고 보험대리점의 지속가능한 발전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후원한 이날 세미나는 손성동 동서대학교 교수(보험산업 현황 및 대리점의 기여도)와 이순재 세종대학교 교수(보험대리점의 지속가능 발전방안)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재현 상명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송기흥 GA코리아 대표는 GA업계의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GA 전체 설계사는 약 23만명으로 18만명 수준인 생·손보 전속설계사보다 많지만 대리점협회가 유관단체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GA 설계사 등록을 위해서는 생·손보협회에 등록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GA업계를 금융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안정적인 법적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을 대상으로 명백한 지위를 부여하고 절차를 거쳐 판매전문회사로 인정하는 등 제·판 분리가 이뤄져야 보험사와 GA의 상생발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GA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로 불완전판매, 총량수수료 확보를 위한 잘못된 관행의 지속 등을 지적한 송 대표는 이런 관행들을 개선해야 소비자보호보다 더 높은 수수료 수익을 쫓는 GA라는 낙인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순재 교수도 주제발표를 통해 보험대리점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소비자권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판매전문회사를 도입하고 대리점협회의 자율규제기관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비전속채널의 확대는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을 비교평가해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되나 다수의 보험사를 대리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며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건전한 판매조직으로의 성장을 유도하고 소비자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판매전문회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판매전문회사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앞서 외형적인 성장을 이룬 GA업계가 그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판매전문회사 이슈는 5년 전에도 논의됐고 해외사례들을 볼 때 우리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양적성장 외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몸집은 이미 대학생인데 입고 있는 옷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대형 판매채널은 배상책임을 지는데 우리는 관련법에 이와 같은 내용이 없고 자본금이나 자기자본비율 등에 대한 규정도 없다"며 "궁극적으로 판매전문회사가 도입되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 상태에서 바로 도입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청사진을 갖고 하나씩 진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투명한 정보제공과 함께 수수료 정보의 공개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제·판 분리가 아닌 산업구조를 아예 바꿀 수 있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만큼 GA업계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대리점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정보탐색비용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김동환 금융위원회 보험과장도 "보험대리점의 가장 큰 효익이라고 생각하는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이 충분하고 정확하냐에 대한 평가가 그동안 제대로 이뤄져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설계사 한 명이 수십개의 상품을 판매하다보니 설계사 스스로도 상품의 내용을 잘 모른채 판매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상품을 비교해서 설명하더라도 수수료 높은 상품을 팔기 위해 다른 상품들은 곁다리로 대충 설명하는 등 불완전판매 요소는 여전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1대 국회가 들어서면 판매전문회사 등 제도개선 관련 내용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되는데 모든 제·판 분리가 대리점업계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에 맞는 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회의원들의 지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보험과장은 "업권간 융합현상이나 해외에서 발현되고 있는 P2P보험은 이미 보험사와 대리점이라는 양자구도를 떠나버린 것"이라며 "온라인플랫폼 등장으로 산업구조가 아예 바뀔 수 있는 시점에서 대리점업계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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