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 전년比 33% 감소, 실업급여 신청 3만명 증가 채용 '한파'에 은행채용 '춘풍'
은행권 채용문은 '빼꼼'…산은·기은 '공채 부활' '규모 확대' 시중은행 "조만간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급감하면서 고용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은행권 취업문은 국책은행을 필두로 조금씩 열리는 기미가 보인다.
KDB산업은행이 8년 만에 상반기 공채를 부활시키고, IBK기업은행이 전년 대비 채용규모를 늘리면서 시중은행도 조만간 상반기 공채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상반기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시중은행들도 수시채용을 진행하면서 공채 계획을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다수의 온라인 취업커뮤니티는 은행권 채용 소식을 '단비'라고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통상 채용이 가장 활발한 3월에 채용 절벽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업의 채용공고 등록 건수는 전년보다 32.7% 감소했다. 등록 건수 감소세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시화한 2월(-15%)보다 더 확대된 것이다.
2월에는 고용시장에서 구직자를 흡수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통계청 통계)가 2011년 8월(6만4377명) 이후 가장 큰 폭(6만3318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 일자리 수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경영 여건이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 교육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3만1000명 늘어난 1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급여는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실업자의 생활과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최단 4개월, 최장 9개월 동안 주는 돈(최대 월 198만 원)이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비자발적 사유로 직장을 잃은 실직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채용 공고는 줄어드는 상황에 은행권은 일제히 신규채용에 나서고 있다.
먼저 기업은행은 신입 행원 공채 규모를 확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보다 공채 일정이 한 달 정도 늦어졌지만 채용 인원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0명 늘어난 250명으로 확정했다.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7~8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고려해 규모를 늘렸고, 시기도 최대한 앞당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2012년 이후 8년 만에 상반기 신입행원 공채를 부활시켰다. '은행일반'과 '디지털' 직군에서 50명을 선발한다. 이달 17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해 5월 필기시험, 6월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9년에 인력을 많이 뽑지 않았고, 올해 들어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금융 역할이 강화되면서 내부인력 소요가 증가해 상반기 채용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책은행들이 솔선수범 공채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도 늦춰진 공채 계획을 다시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우선 디지털·ICT와 기업금융 분야에서 수시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혁신기업 육성과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디지털과 기업금융 분야에서 '핀포인트' 수시채용을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수시채용 외에 상반기 공채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년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우리은행도 조만간 채용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채용계획은 조만간 확정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일정이 꼬였던 NH농협은행은 채용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9일로 예정됐던 공채 필기시험을 2주 연기해 지난달 23일 진행했지만, 이후 면접 등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두 은행 모두 상반기 신입행원 공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통상 8월 말, 하나은행은 9월 말에 모집공고를 내고 그해 신입행원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본부부서에서 근무할 ▲펀드 PM(경력) ▲PB 마케팅·데이터 분석(신입·경력) ▲온라인 교육운영(경력) ▲기술평가(경력) ▲대금 지급(신입·경력) 등 5개 직무에서 수시채용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채용 계획에 대한 입장이 '코로나19 사태의 진정세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모이고 있지만, 국책은행 공채에 발벗고 나서는 데다, 코로나 여파도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존 계획대로 채용을 진행할 가능성이 점점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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