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기대로 시장 움직임 지지부진
가스터빈 등 신사업 수익성 확대는 한세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두산그룹 자회사 매각 압박 부인에도 두산의 속은 여전히 타들어가고 있다.
산은의 압박 여부를 떠나 일단 지원을 받은 이상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나 시장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매각과 함께 두산이 카드로 꺼내든 수익창출 계획도 갈 길이 험난하다. 기존에 해왔던 사업들은 수익성 비중이 낮고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신사업 또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장기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가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세간에 떠도는 채권단의 두산 자회사 매각 압박은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고 실익도 없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발언에 업계에서는 두산이 채권단 압박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 입장에서는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처지다.
압박 여부를 떠나 일단 지원을 받은 만큼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자구안 이행이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두산의 급박함에도 느긋하다. 앞서 두산은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 등에 대한 매각을 진행했으나 가격 차이로 인해 매각에 실패했다.
입찰에 나선 업체들은 두산의 생각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만큼 두산이 급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앞으로도 헐값 매각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시장에선 시간이 갈수록 두산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제값을 주고 매입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매각 흥행 부진에 압박을 느껴 그룹의 미래인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 두산인프라를 매각하기 위해선 먼저 두산밥캣을 두산인프라로부터 떼어내야 한다. 그러나 평소 두 회사가 함께 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매각이 지연된다면 이번 사태를 촉발한 두산중공업의 수익성 확보라도 이뤄져야하나 이 또한 부정적 의견이 가득하다.
우선 원전사업을 대체할 가스터빈 발전사업의 경우 사업성은 높으나 상용화까진 적어도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잇단 화재로 침체기에 빠져있다. 해외 시장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한 상황이다.
풍력 및 수소 등 다른 사업들 또한 회사에서 차지하는 수익성 비중이 낮고 시장 점유율도 저조하다. 제도권 진출을 위해선 수주 실적부터 쌓을 필요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구안 이행은 현재 진행 중인 사항으로 섣불리 논하기 어렵다"며 "신사업들의 매출 비중이 아직 낮지만 향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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