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재보험, 부가적 비용 많아…변동형 준비금 확대"
'초저금리'에 부채 부담 감소보다 막대한 비용 '발목'
지난 6월 '공동재보험' 제도가 국내 첫 도입된 가운데 생보사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이를 활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보험사의 부채 부담을 덜어줄 '구원투수'로서 공동재보험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재보험을 통한 부담 감소에 관심이 있지만 과도한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한 보험부채 조정에 공동재보험을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 재보험을 통한 헤지 비용이 너무 과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유호석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3일 '2020년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고금리 부채 때문에 역마진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재보험은 부가적인 비용이 많아 현재로선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유 CFO는 "당사는 재보험이라는 헤징 전략을 구사하는 대신에 이익이 나는 변동형 준비금 확대를 통한 자연적인 부담 감소를 도모하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외에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이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계약 재매입, 계약 이전 등과 함께 보험부채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저축성 보험 위주로 외형을 키워 온 생보사들은 현재 저금리, 저성장 등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 하락기와 부채 시가 평가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며 보험 부채를 추가로 적립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생보사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281.2%로 작년 말(284.6%)보다 3.4%p 하락했다.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서 RBC비율이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1분기 농협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DB생명, 하나생명 등이 규정 수준 턱밑까지 올라와 있다.
금융당국은 공동재보험 제도가 자본 확충 부담이 컸던 보험사들의 숨통을 틔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사실상 이 제도를 외면하면서 다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많은 생보사들이 역마진을 해소할 방안으로 공동재보험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진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추가 금리 하락 가능성에 따른 역마진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한 금액의 재보험료 비용이 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의미한 부채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선 재보험 비용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도입 전부터 업계에선 실효성 논란은 존재했다"며 "금리가 내려가면서 거래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삼성생명이 재보험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밝힌 만큼 다른 생보사들도 같은 결론을 내릴 확률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