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미만 근무하고 짐싸는 설계사 50%선…관리 제대로 못받는 고객도 증가
금감원 "설계사 정착률이 근본 문제…보험사 스스로 해결해야, 안 하고 있어"
"AIA 담당자가 3번 바뀌었어요. 첫 번째 오신 분은 추가설계건을 가지고 오더군요. 영업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기존 담당자가 퇴사하고 본부장이라는 분한테 보험계약 이관이 됐는데 전혀 관리를 안 해주세요."
보험계약의 담당 설계사가 이탈해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이 금융업계 고질적 병폐가 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의 정착률은 여전히 낮고 또 각사마다의 편차도 심해 보험계약자는 '복불복'식의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후진적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년 이상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는 비율을 뜻하는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손해보험사 56.6%, 생명보험사 41.2%였다. 손보사에선 10명 중 4명, 생보사에선 10명 중 6명의 설계사가 1년 미만 근무하고 짐을 싼다는 뜻이다.
손보업계에선 NH농협손해보험이 92.9%로 업계 최고 수준을 보인 반면 AXA(악사)손해보험은 0.8%로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DB손해보험(70.6%), 현대해상(61.9%) 등이 업계 평균치를 상회했고 KB손해보험(55.4%), 메리츠화재(53.7%), 삼성화재(49.8%) 등이 하회했다. 생보업계는 더욱 저조하다. NH농협생명은 손보와 달리 23.5%라는 낮은 정착률을, 메트라이프생명(30.8%), 오렌지라이프(28.4%) 같은 중대형사도 업계 평균치를 밑돌았다.
이처럼 대체적으로 정착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저연차 설계사들의 적응 실패도 꼽히지만, 전속보다 영업이 더 자유롭고 더 좋은 판매수수료를 제시하는 GA(보험대리점)로의 이직도 지목된다. 이는 보험사의 신인 정착을 위한 지원책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뜻도 된다.
계약을 관리해줄 설계사가 퇴사하면 고객은 정작 필요할 때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생판 본 적 없는 설계사에게 계약이 이관되는 불확실성에 처한다. 따라서 이렇게 된 고아계약은 해지될 가능성이 크다. 설계사의 거취에 따라 고객은 정상적인 보험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에 천착해 수 년 전 금감원,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계사가 대리점으로 소속을 이동해도 기존 계약을 가져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계약 이관제도'의 활성화를 추진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여기에는 보험사의 반대도 크게 작용했다. 엄연히 보험사가 소유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GA에 왜 넘겨줘야 하냐는 것이다. GA로 간 설계사가 고객의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이 계약을 들게하는 승환계약 우려도 제기했었다.
그러나 고아계약 당사자에게 새롭게 배치된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이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어, 보험사가 일단 유치한 고객을 '어장에 든 물고기'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새로운 담당설계사를 기피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또 보험사들마다 전담조직 운영 등 고아계약에 대한 관리의 질이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제도팀 관계자는 "설계사 정착률이 높아야 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결국은 설계사와 보험사의 보험계약 문제고, 설계사들의 직업이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없어 근본적 해결은 보험사가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어떤 정책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고 금융소비자법이 내년 3월에 시행되면 모집종사자들의 책임도 강화되는 만큼 전반적인 보험산업 발전단계와 같이 갈 것 같다"며 "(기존 설계사가)이동하면 좋은 설계사들을 재배치해서 고객이 불편함없도록 하는게 당연하다. 다 보험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 부분을 그쪽에서 스스로 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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