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보험사기 등 각종 부작용 우려 제기
"구상금 청구 쉽지 않아" 손해율 악화 가능성
보상 사각지대로 대두되던 전동킥보드 사고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보험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뜩이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사고 책임까지 보험사와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과실로 다친 보행자 치료비는 피해자 본인이나 그 가족의 자동차보험으로 우선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최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무보험자동차' 정의에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추가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사전 예고했다.
보험사가 우선 치료비를 지급한 후 가해자인 킥보드 운전자에게 보험금에 대한 구상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국민 대부분이 자동차보험 가입자 또는 가입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킥보드 사고 피해자들이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 뿐더러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킥보드 사고를 미성년자가 냈을 경우 구상권 문제가 크다고 우려했다. 12월부터 전동킥보드 인도(자전거도로) 주행이 정식으로 허용되고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합법적으로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들의 운전 미숙, 부주의 등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당국이 미성년자에게 보험금 구상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구상할 방법은 없고 지급 보험금은 커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꼭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가해자에 구상금을 받아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구상금 청구 절차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원만히 해결이 안 될 경우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굳이 보장범위에 포함되지 않던 것이 추가되는 것인데, 보험금 지출은 발생하고 구상할 방법은 없어 (자동차보험) 손해율로 이어질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대부분 사고가 도로에서 발생하는 자동차와 달리 뒷골목이나 인도 곳곳을 누비는 킥보드를 이용한 고의·허위사고 보험사기 증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치료비가 선지급되고 미성년자에 대한 구상은 어려울 수 있어 보험사기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며 "20대 초반 운전자들도 렌트한 차량으로 소액 보험사기에 나서다 적발되는데 이보다 어린 청소년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킥보드를 보험사기에 악용하지 않는다고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조치가 킥보드 이용자의 보험금 일부를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구조인 만큼 개인형이동장치 이용 생태계에 적합한 의무보험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일단 개정된 시행세칙을 시행한 후 킥보드 사고 보상이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작용한다면 이를 무보험차 특약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를 무보험차 상해 특약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보험을 들어야하는 일종의 '자동차'라는 판단을 내린 것"라며 "전동킥보드 의무보험화 추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서두를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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