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중징계 사전통보…금감원 제재 의지에 다른 은행도 중징계 '우려'
분쟁 조정도 속도…5월 만료 윤석헌 원장 임기까지 관련 제재 마무리 행보
라임자산운용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불법·부실 사모펀드와 관련해 은행권에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첫 대상으로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경영환경에 우려가 커졌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8일 사모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이달 초 기업은행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사모펀드 관련 은행에 중징계가 통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감원은 1조6000억원대 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인 라임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CEO들에게 문책경고와 직무정지 등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김 행장이 재임하던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과 3180억원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묶였다. 현재 글로벌채권펀드는 695억원어치, 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219억원어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라임 펀드도 294억원어치 판매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해임 권고∼문책 경고)을 받으면 향후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 조치를 받는다. 제재안이 확정될 경우 김 전 행장은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은행권에도 중징계 사례가 나오면서 향후 개최될 라임펀드 판매 은행 제재심에서도 CEO들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되고 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우리·신한·산업·부산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2∼3월 안에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 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금액은 우리은행이 3577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 부산은행 527억원, IBK기업은행 294억원, 산업은행 37억원 등이다.
금감원은 지난 제재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24조와 이 법의 시행령 19조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를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완전판매가 발생했고, 그 책임은 금융사 CEO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모두 제재 선상에 이름이 거론된다.
금감원의 강한 의지도 은행권 전체 중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 관련 제재에 속도 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권은 윤 원장이 남은 임기까지 최대한 관련 제재를 마무리하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말까지 검사가 완료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금융회사에 대해 올해 1분기까지 제재심 부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된다.
지난주 단행한 금감원 정기인사에서 제재심의국장과 은행감독국장, 일반은행검사국장, 자본시장감독국장 등 라임 펀드 제재 관련 업무와 연관된 국장을 모두 유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한 징계 수위도 중징계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다만 금융사들의 투자자 피해 구제 노력에 제재 수위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내 라임 펀드 판매 은행에 대한 제재심 일정이 예고돼 있어 분쟁 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분쟁 조정의 근거가 되는 사실들이 검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제재심 결과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부산은행은 현장 조사가 진행 중이고, 기업은행은 내달께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내달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라임운용 펀드를 판매한 은행에 대한 분쟁 조정에 돌입한다. 다른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도 손해배상 정산방식에 대한 협의를 마치는 대로 순차적으로 조정을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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