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기피현상" 1월에만 은행 예금 20조 이탈할 때 주식 계좌는 141만개 증가
증시 추세적 상승 연말까지 이어져…글로벌 경기부양도 머니무브 부추길 수도
저축예금이 직접투자로 흘러들어가는 머니무브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은행 자금은 지난달에만 20조원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는 연말까지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은행에서 증시로의 머니무브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97조원으로 전월대비 4조4000억원 줄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0%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기준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0.89%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 등 수시입출식 예금도 지난달 말 기준 858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4조8000억원 급감했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언제든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대기자금 성격이다.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서 빠진 자금 상당 부분은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 10일 기준 약 65조원2489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계좌 예탁금은 증시 대기 자금 성격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목적으로 예탁된 돈이다.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달 최고점(70조2202억원)을 찍은 뒤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활동 계좌 역시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1월 주식활동 계좌는 3548만5427개에서 3690만3820개로 증가했다. 한 달 만에 141만8393개 증가한 것으로 월별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거래일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평균 7만920개씩 늘어난 셈이다.
연초에 이미 은행 자금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 예금 기피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로금리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현재 상승장의 중턱이며, 여전히 추세적인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과열에 따른 기술적 조정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글로벌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구조적인 기업 변화로 판단할 때 주당순자산가치(P/B) 약 1.2배에 도달한 코스피는 상승장의 중턱쯤 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코스피는 PBR 1.8~1.9배에서 고점을 형성했는데, 코스피의 PBR은 이제 1.2배 수준에 도달했을 뿐"이라며 "역사적 경제지표와 구조적인 기업의 변화에 근거하여 판단할 때, 한국 증시는 버블의 끝자락이 아닌 장기 상승장의 중턱쯤 되는 지점"이라고 말을 맺었다.
금융권은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을 2700포인트에서 3300포인트 사이로 보고 있다. 기존 전망치(2100~2850포인트)보다 상향한 수준이다. 기존 예상을 상회하는 이익전망과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반영한 결과다.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5.8%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는 상승장 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토니 드와이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증시가 금융위기 직후 나타난 상승장과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드와이어 전략가는 "현재 상황은 2010년의 금융위기 이후 장세와 흡사하다며 상승하는 한 해가 될 수 있으나 상반기에 여러 차례 조정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009년 3월에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가 조정됐다면서 작년 3월 이후 나타난 지수 궤적은 조정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 지수는 바닥을 친 2009년 3월9일 이후 218일 동안 70% 오른 바 있다.
물론 미국 증시의 급상승이 현실화 할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이 국내에서 다시 해외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현재 보이는 머니무브와는 무관하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중 은행 자금 감소는 계절적 영향일 뿐, 예금 이탈이 본격화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예금자산의 이탈이 바로 증시자금 유입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1월 중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정기예금+수시입출식)은 19조1000억원 감소했지만, 통상 결제성예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의 경우 12월 상여금 지급 등으로 크게 증가하고 연초에는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며 "올해 1월 감소폭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1월 대비로는 크지 않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초 이후 증시호조에 따른 대규모 개인자금 유입이 가속화 되면서 은행예금 이탈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관련 시그널은 부재하다"며 "오히려 결제성예금의 증가율은 26%(yoy)로 사상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의 성격과 은행수신의 흐름을 보면 예금의 이탈과 증시자금 유입으로 나타난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도 부연했다.
전 연구원은 "정기예금의 경우 최근 3개월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2020년 상반기 대비 감소 폭이 크지 않으며, 금리 또한 1.0~1.02%(1년만기,신규)에서 변화가 없어 조달비용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금리하락으로 정기예금 수요가 감소했으나 예대율규제 완화(105%)조치가 연장 되면서(6월까지) 은행권의 조달부담 또한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높은 가계 대출(신용대출) 증가율과 신용잔고 확대 등 저금리 여건하에서의 우호적 유동성 여건과 강화된 위험추구 성향이 머니무브의 근본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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