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금리에도…저축은행 순초과예금 10조 '육박'

지난해 순초과예금 9.7조…전년보다 16.5%↑

10년전 5%대 육박하던 예금금리 1.7% 수준

"0.1% 금리만 더 줘도 큰 돈 몰려…수신조절"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조금이라도 금리혜택을 더 주는 저축은행으로 자산이 몰리고 있다.ⓒ픽사베이

저축은행권 수신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유동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보험제도상 보호하지 않은 5000만원 초과 예금(순초과예금)이 10조원에 육박했다.

1일 금융권과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순초과예금은 9조7000억원으로 1년 전(8조1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을 포함한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는 15조1000억원에 달했다.

2015년 말 2조4000억원이었던 저축은행 순초과예금 잔액은 2016년 4조5000억원, 2017년 5조4000억원, 2018년 7조원 등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보예금 잔액도증가세다. 저축은행 부보예금 잔액은 2016년말 44조4000억원, 2017년말 50조6000억원, 2018년말 58조원, 2019년말 61조6000억원, 이어 지난해 말 7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조금이라도 금리혜택을 더 주는 저축은행으로 자산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10년 전 5%대에 육박했던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1.70%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예금 평균금리가 연 0.85%로 제로금리 수준을 기록하면서 0.1%p라도 금리혜택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뭉칫돈이 쏠린 것이다.

꾸준한 건전성 관리 노력으로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생긴 부정적 이미지가 개선된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수준인 1275억원 증가했다. 당기순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29%다. 전년 말14.83%보다 0.54%p 내려갔지만 규제 비율 7~8%보다 높게 유지됐다.

자산건전성을 살펴볼 수 있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양호한 수준이다. 총여신 연체율과 NPL비율은 각각 3.3%, 4.2%다.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일부 저축은행은 예치금액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해 수신액을 조절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이날부터 OK대박통장의 금리를 0.1%p 인하했다. 이에 따라 예치금 30억원 미만에 적용하는 금리는 연 1.4%에서 1.3%로 0.1%p 하락했다. 다만 30억원 초과 예금에는 종전과 동일하게 연 0.1% 금리를 적용한다.

SBI저축은행은 오는 16일부터 'SBI사이다 보통예금'의 금액별 이율한도를 변경한다. 50억원 초과분에 대해 금리한도를 0.2%로 1%p 인하한다. 50억원 이하 금액은 기존 금리(연 1.2%)가 그대로 적용된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달 22일부터 파킹통장인 '웰컴 비대면 보통예금'에 예치금 잔액 3000만원까지만 최대금리 연 1.5%를 적용하고 있다. 3000만원 초과 예치금은 연 0.5% 금리가 제공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로 저축은행도 과거만큼 높은 금리 제공은 불가능 하지만 시중은행 금리가 워낙 낮아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개인 고객은 물론 기업고객들도 유동자산을 저축은행에 넣으면서 순초과예금이 1년 새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0.1%의 금리만 더 줘도 큰 돈이 몰리기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저축은행들이 수신액 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