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주의 배신'…주가 10% 가까이 하락하기도
메리츠화재,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가치 제고하겠다"
손보업계 상위사 "배당 축소 검토 안 해"
메리츠 금융계열사가 배당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주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고배당주'로 여겨지던 금융주여서 주주가 배당 축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메리츠금융 3사(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는 DART에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세부 내용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을 유지하고, 차후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20일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현금 배당을 축소하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는 이 방법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메리츠 3사의 배당 축소에 투자심리도 크게 요동쳤다. 지난 3년 평균 35%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시장의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후 첫 거래일인 17일 종가 기준 3550원(16.78%) 급락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금융지주는 각각 13.83%, 15.56% 하락했다. 배당 정책 변경 여파로 투자자 이탈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 3사의 현금 배당 축소에 증권가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배당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수의 증권사에서 사실상 매도를 권하는 리포트가 나온 것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성향 하향과 함께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며 “메리츠 3사의 핵심 투자 포인트가 배당이었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주가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메리츠화재의 목표주가를 1만7000원으로 20.9% 하향 조정했다. 배경으로는 자본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강 연구원은 “주주 환원율 하락 우려 및 불확실성 확대, 확정된 배당성향만을 감안하면 지속가능 ROE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배당 축소 배경으로 2023년 시행될 IFRS17을 꼽는다. 현금 배당을 줄여 가용자본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RBC비율은 212.5% 수준으로, 금감원 권고치는 150% 수준이다. 권고치를 상회하고 있어 보험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진 않지만, 여유 있게 현금을 확보하려는 의사가 반영됐을 거란 의견도 존재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평가액이 감소하고 이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반적으로 보험사의 RBC비율이 하락할 것을 고려한 조처라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와 달리 손해보험업계 상장사는 배당성향 축소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손해보험사 ‘빅5’ 중 상장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는 배당 축소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1분기 IR 당시 배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도 배당 축소 계획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DB손보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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