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합의문 도출에도 택배기사 15%만 분류작업 제외
"택배사 사회적 합의 이행 1년 유예 추진…택배비만 인상"
"2차 합의문 도출 난망이나, 9시 출근 11시 배송은 적용"
"6500명의 택배조합원이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에 동참한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일부터 택배기사 분류작업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1차 합의에도 여전히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 투입되자, 9시에 출근해 사측에서 분류를 끝낸 택배를 11시부터 배송하겠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1차 합의안이 나온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분류인력 투입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한다. 분류인력 투입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합의안의 골자다. 분류는 사측, 배송은 택배기사 업무로 나눠 택배기사의 총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는 지난 2~3일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15.1%만이 분류작업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우체국의 경우 전국 72개 우체국 소속 택배노동자가 모두 분류 작업에 투입 중이며 이 중 62군데는 분류인력이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점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1차 합의안에 따라 택배 3사(CJ대한통운, 한진, 롯데택배)는 분류인력을 투입해야 했다. CJ대한통운은 4000명 충원을 마쳤다고 했으며 한진과 롯데택배는 각각 1000명 중 200명만 현장에 투입, 800명은 택배기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분류작업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서브터미널을 방문해 점검했지만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곳이 태반"이라며 "투입됐다해도 인력이 부족해 택배기사가 여전히 분류작업에 동원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노조 "택배사 합의 이행 지지부진…택배비 인상분 95%는 택배사 몫"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1년 가량 유예하려고 한다며 즉각이행을 촉구했다. 그 사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구조를 고착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언급했다. 오는 8일로 예정된 이번 2차 합의안 도출이 미지수인 것도 택배사들이 잇속만 챙기려는 셈법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5월 말까지 합의된 세부방안을 담자고 1차 합의안에 명시돼 있지만 시한을 이미 넘겼다"며 "아직 합의안 마련이 끝난 것도 아닌데 택배사들이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이유로 택배비 인상부터 추진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올해 4월 대형 화주에 택배요금을 건당 150원 올려 받기 시작했지만 인상분의 94.7%를 택배사가 챙기는 구조여서 택배기사의 처우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택배기사의 건당 수수료는 8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진경호 위원장은 "CJ대한통운 예산을 보니까 올해 CJ대한통운이 배송하는 물량은 20억 물량을 운송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200원 올리면 CJ대한통운의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초과 이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요금 인상으로 줄어든 대형화주의 12~13% 물량이 한진과 롯데택배로 넘어가 대기업 택배사들의 배불리기만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택배노조는 8일에 2차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택배기사 과로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택배사들은 1~2달의 유예기간만 갖고 즉각 분류인원을 투입해 지금도 20시간에 달하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시간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한다. 예정대로 2차 합의안이 나오면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은 전국 택배기사에 점진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때까지 분류인력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기구가 전수조사와 같은 이행활동 점검도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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