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수상한 속전속결 진행

공개입찰 개시 한 달 안 돼 본입찰

인수자 내정설 등 의혹 솔솔

대우건설 서울 을지로 사옥 로비에 걸린 현수막. ⓒ대우건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수년간 표류해온 회사 매각 작업을 이례적으로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시장에서는 갖은 구설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공개입찰 계획이 밝혀진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예비입찰 없이 본입찰 공고가 나온 것. 대우건설 몸값이 2조원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실사기간이 충분치 않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미 인수자가 내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17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최근 일부 원매자가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오는 25일까지 최대주주 지분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오는 25일 본입찰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동산 시행사와 사모펀드 연합인 '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IPM 컨소시엄'과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두 원매자는 현재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인수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다. 양쪽 모두 KDB인베스트먼트 측에 인수의향서(LOI)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공개매각은 원매자들이 예비입찰을 통해 구속력 없는 가격을 제시한 후 1~2개월가량 실사를 거쳐 본입찰이 진행되는 수순이다. 이 실사기간은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주관사를 선정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인수·합병 컨설팅 자문 전문가인 송호연 ESOP 컨설팅 이사는 "이미 상당기간 동안 매각 관련해 대주주와 원매자의 접촉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며 "인수구도 등에 대한 내부적인 합의 또는 의견의 일치가 이미 이뤄진 것으로 추측한다"라고 말했다.

실사기간이 짧은 것에 대해서는 원매자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 인수후보 중 한 곳인 중흥건설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전부터 매각대상을 검토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라면서 "긴 시간을 두고 실사를 하면 좋겠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원매자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인수금융 파트너를 선정한 것을 두고도 잡음이 나온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 파트너로 KDB산업은행과 손잡았다는 이야기가 돌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DS네트웍스 측은 "KDB산은과 관련한 사항은 알려진 바 없고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A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금 출처를 정확히 검증하고 평가해야 할 KDB산은이 특정 원매자의 인수금융 자문에 나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KDB산은은 해당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KDB산은 관계자는 "일각에서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의 인수금융 파트너로 KDB산업은행이 나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토해본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인수금융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진 중흥건설 측은 DS네트웍스-KDB산업은행 파트너설과 관련해 "다소 우려는 있지만 양쪽 모두 큰 영향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검토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