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죠."
한국투자증권의 사모펀드 100% 보상책을 두고 한 증권가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꺼낸 볼멘소리다.
그는 "다른 회사에서 다들 사모펀드 보상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혼자 100% 보상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니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불편한게 사실이죠"라며 "특히 원금 투자액이 커서 보상액이 제법 큰 회사들은 더욱 부담이라 100% 보상까지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은 자사를 통해 판매된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100% 보상안을 내놨다. 보상은 원금 100%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상 사모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총 10개다. 이중 옵티머스는 100% 원금 보상이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상품의 보상액 지급은 이달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10개 사모펀드는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총 1584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상품별로 보면 △라임 192억원 △옵티머스 287억원 △디스커버리 70억원 △삼성Gen2 179억원 △팝펀딩 헤이스팅스 336억원 △팝펀딩 자비스 142억원 △피델리스무역금융 233억원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53억원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42억원 △미르신탁 50억원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사모펀드 보상책은 은행권과 증권가를 모두 합쳐 자발적인 첫 원금 100% 보상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여러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사모펀드로 피해를 입어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개별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대책위원회만 해도 약 15개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이들 15개 단체 중 100% 원금 보상을 확답받은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권과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사모펀드 보상책이 금융감독원의 팝펀딩 징계 수위를 낮추려는 전략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보상책을 내놓은 직후 팝펀딩과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는 기존에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에 사전 통보한 기관경고 보다 한 단계 낮아진 징계안이다. 금융사 제재는 통상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취소 순으로 중징계에 가까워진다.
한국투자증권이 금감원의 팝펀딩 제재심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 100% 보상안을 꺼냈다면 굳이 자사를 통해 판매된 전체 사모펀드에 대한 보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된 10개 사모펀드 가운데 헤이스팅스와 자비스를 모두 포함한 팝펀딩 판매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584억원 가운데 총 478억원으로 30.1%에 불과하다.
100% 보상책과 함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결정은 금융권 영업과 투자 문화 개선에 기여하고 업계 및 금융상품 전반의 신뢰회복을 위한 역할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선제적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추진을 통해 소중한 고객을 보호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회복에 미약하나마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상품이건 판매 과정에서 여러 미흡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미흡한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존재하고, 불완전판매 관련 규정이 존재한다. 자본시장법 역시 투자자보호와 금융사의 책임 강화를 위한 일종의 최소한의 약속이다.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지키기로 규정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혹은 지킨 줄 알았으나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다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책임 소재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 최소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 숙일줄 아는 이에게 얄궂은 시선을 던지는 건 미성숙한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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