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의 경영권 분쟁, 2년 만에 승기
회장 취임 1년 만에 코로나 위기 직면
화물 수송으로 대한항공 분기 연속 흑자
통합항공사 답보…2년 뒤 4000억원 시너지 증명 관건
한진그룹이 내달 1일 76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이한다.
조원태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진그룹은 최근 2년간 대내외 풍파에 바람 잘 날 없었다. 조원태 우호세력에 맞서는 3자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의 경영권 견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항공업 난기류, 항공사 간 빅딜이 연달아 일어났다.
조 회장은 재계에 소문난 '조용한 승부사'다. 장기전이 될 뻔한 경영권 싸움에서 조 회장은 산업은행을 등에 업고 승기를 잡았다. 남은 건 경영성과다. 답보 상태인 통합항공사를 출범하고 이후 경영성과를 증명해 내는 게 남은 과제다.
갑자기 잡은 한진家 지휘봉…2년에 걸친 경영권 싸움
조 회장은 2019년 4월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그룹 수장으로 올랐다. 지휘봉을 잡은 조 회장은 취임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조 회장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주주총회 때마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 삼았기 바빴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속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조 회장 우호 지분율(41.4%)보다도 3자연합의 지분율(45.23%)을 높여 긴장감을 고조하기도 했다.
3자연합 쪽으로 기우는 듯 했던 분위기는 금세 반전했다. 또다른 난관이었던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됐다. 팬데믹으로 악화한 국내 항공산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진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빅딜이 성사하면서다.
항공사 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과 손을 잡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산업은행이 이 때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 조 회장의 우군으로 섰다. 3자연합은 결국 양사 빅딜이 이뤄진 지 5개월 만에 백기를 들었다.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일부 처분한 데 이어 KCGI가 3자연합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코로나19 대위기 속 '역발상'과 '항공사 빅딜 용단'
모든 산업이 위기에 처한 지난해는 항공업을 이끌고 있는 조 회장에게 특히 더 시린 한 해 였다. 국제선 수요가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고, 직원들은 줄줄이 휴업에 들어갔다. 한진그룹의 대표 기업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1분기 3분기 만에 적자(-566억원)를 기록했다.
여객 회복이 불투명함을 감지한 조 회장은 역발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23기에 달하는 대형 화물기단을 총동원해 항공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내고자 했다.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을 설치하고,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것도 조 회장의 제안이었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당시 전 세계 해상 운송까지 지연되자 화물 총력전을 펼친 대한항공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분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낸 대형 항공사가 됐고 이후 4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고비 넘어선 조 회장은 같은해 하반기 또 시험대에 올랐다. 부채비율이 2300%까지 치솟은 아시아나를 품기로 한 건 조 회장으로서도 쉽지 않았다. 산업은행에서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측면이 있었지만 한진칼과 대한항공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는 리스크는 다소 컸다.
다행히 아시아나항공이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화물 운송으로 흑자를 내 한 고비 넘기기는 했다. 하지만 양사를 통합하는 필수 과정인 주요 국가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제자리 걸음 상태에 머무르면서 조 회장의 역할론이 다시 부상했다.
한 때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수십년에 걸쳐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 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 회장이 나서서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촉구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먼저 결과가 나와야 해외에서도 심사를 서두를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는 중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최근 연내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기대감은 높아져가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볼 때 통상 기업결합 주체 국가에서 먼저 결과가 나오면 경쟁국에서도 심사에 속도를 냈다. 심사가 남은 곳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이다.
조 회장은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로 구성된 통합LCC 전략도 구상해야 한다. 통합LCC 작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보다는 시간이 덜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회장은 향후 산업은행 감시 속에서 경영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 할 전망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조 회장의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통합항공사 출범 후 중복노선 효율 운영, 비용 절감, 중단거리 기단 재편 등 내부 공사를 마치고 나면 국내 항공사 간 장거리 노선 운수권 확보전에도 나설 전망이다. 조 회장은 양사 통합 2년 뒤면 연간 최대 4000억원의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회장은 1975년 12월25일(음력)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국 마리안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한 뒤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한진그룹 IT계열사인 유니컨버스 대표로 선임되면서 경영일선에 전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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