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후 출고까지 장기간 소요…신차 할인율 변동
대기 6개월·가격은 시점 맞춰서
"대기 먼저 하시고요. 대기 후 차량 수령 및 잔금 정산까지 3~12개월 생각해 두셔야 합니다. 지금은 이 가격으로 가계약 하시고 정확한 금액은 출고 시점에 다시 계산하시죠"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이 발생하면서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의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소 3개월, 최대 12개월 이상으로 길어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서 고객 인도 시점에 차량 가격을 다시 정산하는 이른바 '시가' 정산도 일상화됐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신차 생산·입항·출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입차 영업 현장에서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한 매장의 경우 5시리즈 520i(외장 흰색, 내장 브라운) 모델은 이날 계약해도 연내 인도를 장담할 수 없다. 영업 관계자에 따르면 매달 입고되는 물량은 10~30대 수준이며 일부 마이너스옵션(옵션 삭제) 차량의 경우 3~6개월 내로 출고가 가능함을 안내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벤츠 'E클래스' 완전옵션 차량은 6~12개월, 폭스바겐의 볼륨모델 '골프' 역시 6~10개월 정도 대기 후에 신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문제는 출고 지연 장기화가 영업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점이다. 계약 시점 가격과 인도 시점에서의 가격차가 큰 폭으로 발생하면서다.
통상적으로 수입차 업계는 매달 첫 주를 시점으로 월별 프로모션을 시행한다. 입고되는 신차와 보유 재고를 감안해 신차별로 각각의 할인율을 제시하고 영업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달 신차를 계약한 고객들은 계약 당시 제시받은 할인율이 아닌 수령 시점 조건으로 대금을 결제한다.
이와 같은 '싯가' 계산은 BMW·벤츠 등 고율의 할인율을 제시했던 브랜드에서 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계약시점에서 8~15% 할인율 제시했던 모델이 인도 시점에서는 3~8%로 줄고 가격 차이도 커지면서다.
영업 관계자는 "차량 입고 일정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대기 고객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차를 찾는 대기줄이 길어지면서 브랜드들은 차량 할인을 늘릴 필요가 없어졌고 이에 할인율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 시점과 결제 시점의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일부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라며 "신차 대기 기간이 워낙 길어 불평 하면서도 결국 인도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물량 부족에 따라 각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스피커, 전동시트, 통신모듈 등 비(非) 필수 전자장비를 제거한 이색 트림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물량 부족 사태에 현업 딜러들은 영업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전계약한 고객들이 긴 대기기간에 지쳐 경쟁사 차량을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영업 관계자는 "BMW는 '서라운드 뷰' '프리미엄 스피커' 옵션을 삭제한 트림을 내놨고 벤츠는 '통신모듈' 추후 장착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기간 동안 할인 정책이나 차량 가격 변동이 일어나면 고객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고, 타사 차량 구매로 돌아서는 고객도 많아 불만을 무릅쓰고 마이너 옵션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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