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고금리인 서민대출 예대금리차에 영향
부담 커진 은행권 서민대출 감축 가능성 대두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서민지원대출액이 많거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클수록 예대금리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 은행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확한 정보 확인을 위해서는 신용점수 구간별 확인 등이 필요하지만 일률적으로 공시되는 예대금리차 만으로는 알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이 서민대출을 축소하거나 금리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예대금리차 공시 부담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1.62%p), 가장 적은 곳은 하나은행(1.04%p)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가 5.60%p로 가장 큰 예대금리차를 보였고 카카오뱅크(2.33%p) 금리차가 가장 적었다.
공시 체계가 바뀌면서 은행별 예대금리차가 한 눈에 비교되다 보니 이번 공시에서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타난 은행들은 난감해졌다.
특히 금리차가 많이 벌어진 은행으로 지목된 신한은행과 토스뱅크는 즉시 서민지원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이 다른 은행보다 많은 점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신한은행 측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서민지원대출을 다른 은행보다 많이 취급하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기에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다 보니 평균 대출 금리가 높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도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비율이 7월 말 기준 약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은데 이러한 사항이 대출금리에 반영됐다"며 "여기에 수시입출금 통장 중심의 사업적 특성이 예금금리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금리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서민지원대출액과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민지원대출액은 신한은행(9751억원)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우리은행(6660억원,) KB국민은행(5946억원), 하나은행(5485억원) 등이 이었다.
공교롭게도 서민대출이 적을수록 예대금리차도 적었다. 이번 공시에서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하나은행(1.04%p), KB국민은행(1.38%p), 우리은행(1.40%p), 신한은행(1.62%p) 순으로 서민대출금액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로 중저신용자 비중이 낮을수록 예대금리차가 적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22%를 기록했고 인터넷은행 중 가장 적은 예대금리차인 2.33%p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24%인 케이뱅크의 예대금리차는 2.46%p였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약 38%, 예대금리차는 5.60%p로 집계됐다.
토스뱅크 측은 "중저신용자 평균 금리는 8.41%로 제2금융권보다 5~10% 가량 낮아 차주의 가계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며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반영되면서 예대금리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앞으로 금리가 높은 서민대출을 줄여서라도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월 공개되는 예대금리차로 다른 은행과 비교 당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부담이 큰 탓이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은행별 대출·예금 포트폴리오에 따라 예대금리차는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를 참고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금리를 세부적으로 따져보기에 앞서 은행 별로 한 눈에 비교되는 예대금리차가 주는 영향력을 은행권이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비교공시 결과 은행별로 금리차는 크지 않아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서민대출을 줄이거나 금리 수준을 비슷하게 맞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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