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코리아

지난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렉서스는 국내에서 한 차례 실패의 쓴맛을 봤다. 첫 소형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UX300e'는 편의 사항의 부족 등의 이유로 지난해 63대 팔리는 데 그쳤다.

렉서스는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았다. 첫 전기차임에도 승차감만큼은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듣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렉서스는 렉서스만의 가치인 '드라이빙 시그니처'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UX300e로 입증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한 중형 SUV 'RZ450e' 역시 렉서스만의 드라이빙 시그니처를 그대로 구현했다. 게다가 UX300 출시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주행거리와 편의 사항도 향상시켰다. 렉서스의 대표 하이브리드 차량인 'RX' 역시 '렉서스가 렉서스 했다'는 평이다.

지난 22일 강원도 인제군에서 순수 전기차 RZ450e와 하이브리드 모델 RX500h 스포트 퍼포먼스(SPORT Performance)를 각각 25km 시승했다. 두 차량 모두 주행 성능이 뛰어난 데다가, 렉서스만의 '승차감'을 구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RZⓒ박성호 EBN 기자

두 차량의 외관은 다소 비슷한 편이지만 전혀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RZ 전면은 렉서스의 얼굴인 모래시계 모양 '스핀들 그릴' 대신 '스핀들 보디'를 차용한 점이 눈에 띈다. 차량의 높이는 낮춰 세단의 감성을 살리는 데 치중했고, 후면 역시 세단처럼 날카롭게 누워 있어 세단의 느낌이 강하다. RZ의 전장·전폭·전고는 4805mm·1895mm·1635mm이다.

RZⓒ박성호 EBN 기자

RX는 SUV다운 차다. 전장·전폭·전고가 4890mm·1920mm·1695mm에 달해 왜소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전면부는 기존 스핀들 그릴 대신 간소화된 그릴이 적용됐다. RZ 전면부가 전면 램프 부분을 제외하면 다소 둥글둥글한 편이라면 RX의 전면부는 후드도 이곳 저곳 각져 있어 강인한 느낌을 뽐낸다. 렉서스 후면부의 특징 중 하나인 일자형 L-shape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두 모델 모두 적용됐다.

RXⓒ박성호 EBN 기자

두 모델의 내부는 '타즈나' 컨셉을 적용했다. 승마에서 말과 사람이 함께 일체를 이루듯, 차량과 운전자가 함께 일체감을 느끼며 렉서스 고유의 주행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14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이고 뛰어난 작동성을 제공해 다양한 설정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빈번하게 사용하는 공조 장치와 오디오 컨트롤러에는 물리 다이얼을 사용해 주행 중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RZ는 내부를 스웨이드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RZⓒ박성호 EBN 기자

RZ의 썬루프는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적외선 반사율이 높고 투과율은 낮은 'Low-e 코팅'으로 제작됐다.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조광 기능이 있어 맑은 날에도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운전자의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RZⓒ박성호 EBN 기자

두 차의 승차감은 '같은 차'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RZ는 순수전기차임에도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을 때 이질감이 없다. 회생제동으로 인한 꿀렁임도 없고, 코너링 시 쏠림 현상 등도 없다. 새롭게 개발된 전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과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덕이다. 렉서스 최초 주파수 반응형 댐퍼는 차량 프런트 서스펜션에 장착돼 도로 위에서 승차감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새롭게 적용된 수랭식 모터 'eAxle(이액슬)'은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더했다. 소리 또한 가속 시 구동 정보를 기반으로 추가 가속 사운드를 연출하고 가속감과 차량의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ASC를 적용, 내연기관 엔진과 비슷한 소리를 구현했다.

특히 RZ의 승차감은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승차감 향상을 위해 19인치 이상의 고품질 타이어를 탑재하고 있는데, 렉서스는 차량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RZ에 18인치 타이어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RZ의 최고 출력은 312마력이며, 제로백은 5초 중반대로 알려졌다.

RXⓒ박성호 EBN 기자

RX의 고성능 퍼포먼스 모델 RX500h은 2.4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으며, 총출력은 371마력이다. 새 기술인 다이렉트 4 사륜구동 시스템과 후륜에 탑재된 약 76kW의 고출력 모터가 이액슬은 구동 성능과 조향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다이내믹 리어 스티어링 (DRS)을 탑재, 핸들링과 주행 안정성이 향상됐다. 이날 주행한 도로는 다소 거친 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속 주행과 코너링 등 모두 '역시 렉서스'라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두 차 모두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RZ의 단점은 주행거리다. RZ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377km다. 최근 국내 출시되는 차량 대다수가 4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주행거리는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다. 다만, 71.4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만큼, 렉서스 최초로 SiC(실리콘 카바이드) 인버터를 탑재했다는 점은 렉서스가 전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RZ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복합·도심·고속 기준 5.4km·5.8km·4.9km이며, 가격은 8480만원부터다.

RX의 단점은 가격이다. 가장 낮은 트림의 가격이 9740만원부터 시작하며, 최상위 모델 RX500h는 1억1560만원에 달한다. 다만 여타 수입차 브랜드의 준대형 SUV와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대다. 수입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잔고장이다. 렉서스는 비교적 해당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에 선택을 받기엔 충분해 보인다. 렉서스는 'RX350 럭셔리', 'RX450+럭셔리', 'RX500h' 세 종류의 트림을 출시해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