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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노동현장의 질문들

  • 송고 2023.08.17 11:00 | 수정 2023.08.17 11:00
  • EBN 유재원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외부기고자 ()

유재원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유재원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유재원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공직에서 나와 변호사를 업(業)으로 수행한 지 6년이 지나고 있다. 근로자를 위한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종종 필자가 변호사로서(노무사로서)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위를 살피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종종 무수한 민원과 원성에 노출되게 마련인데, 필자는 대부분 근로자들의 장구한 사연과 세세한 내막들을 듣게 마련이다. 배달하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친 재수생, 직장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상담사, 대형 금융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자마자 권고사직을 당하는 증권맨도 있었다. 그리고 일하는 행복을 전해주신 제화공도 있다. 필자는, 그간 30년간 일하며 허리마저 기형으로 굽은 제화공의 퇴직금 사건을 잘 마무리했을 때, 그 기쁨은 한없이 컸었다.


그런데, 어쩌면 필자가 근로자를 위한다는 것은 어느 계층을 편애한다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서 정한 ‘근로(성실히 일한다)’는 근로의 의무와 근로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이기에, 때론 사용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중소기업에 거대 노총(노조)이 노사문제에 개입한 사건을 위하여 회사를 대리하여 대전 노동청, 세종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기도 했고, 법인카드에 무분별하게 의존하고 근무에는 태만한 직원에 대한 징계해고 이후 인사 문제로 곤란에 빠진 벤처기업 사건을 대리하기도 했었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여건으로 그러한 사용자 위임 사건은 낙승하기가 어려웠지만, 종종 소규모 사업장이 겪는 인사적인 문제에 필자가 적극적으로 ‘근로’의 관점에서 관여한 것을 큰 보람으로 삼는다.


그런데, 무수한 사건들 중 기억이 새록새록 쌓이고 있는 것은, 수많은 사건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노동현장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쉽게 간과하기 마련이지만, 노동현장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있고 그 질문에 적절하고 신속하게 답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당사자들이 다투게 되거나 훗날 여러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미리 이야기하고 노사 간에 양해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나중에 사건으로 비화되는데, 이는 공히 노동현장의 질문들을 도외시하는 것으로부터 비롯하곤 했다. 필자도 그런 세심함을 키워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일 때가 있다.


수많은 사건을 접하면서, 어느 때에는 근로자이든 사용자이든 일방이 무척 악의적인(malice) 사건들도 있었고, 어느 때에는 한쪽만이 억울하게 당할 수 있는 일방적이고 핍박적인 사건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매번 드는 의문은 그 상황에서 노동현장의 질문들은 “과연 무엇이었는가”,“무엇이 근로의 가치에 부합하는가”였다.


오래전 필자가 상담하였던 어느 해고근로자는 법률 조언을 잘 받아 다행히 속히 복직되었다. 필자는 그 노동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간과했었다. 단지 한 사람의 의견만을 중시하였고 밀어붙였다. 필자는 그때는 알아채지 못하였지만, 그 내담자는 사실 일에 대한 열망과 일터로의 복귀보다는, 모든 동료에 대한 복수를 꿈꾸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복직 이후 근로자는 악의적인 실행에 옮기는데, 그는 동료들을 만나면 녹음하기 시작했고 동료들의 부조리를 상부와 외부에 알렸다. 결국 모든 동료와 상사들이 그 사람과 일하는 것을 꺼렸다. 그 후 그는 다양한 민원과 진정을 외부에 계속 제기했고 이기곤 했다.


회사는 더 이상 이 근로자가 조직 질서를 교란하고 근로의 의욕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금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필자가 그 나중 사건을 맡지는 않았지만, 무려 1년 반이나 분쟁이 지속된 이후 결국 근로자는 소송까지 가서 완전히 패소했고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어버렸다. 그 사건에서는 과연 어떠한 목소리와 질문들이 있었던 것일까. 과연 나는 무엇을 놓쳤던가.


한편, 최근에 노무사들에게 중복 접수된 질문 중 하나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이면 8시 59분에 출근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모 대기업 실제 사례이기도 한데 ‘9시 직전에 출근하여 6시 정각 직후에 떠나는 신입사원’에 관한 사연으로 인터넷에 알려지기도 했던 바다.


상사는 그 부분을 질책했고 궁금한 신입 직원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는지 노무사들께 질의를 했다. 노무사들 의견은 맞다, 아니다로 상당히 갈렸고 누구나 명확하거나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노동현장에서 접수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 “마감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상사가 갑자기 야근해서라도 끝을 내라고 명령한다. 이것은 강제 근로이거나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냐”라는 것이었다. 질문자는 상사가 자신과 충분히 상의하지도 않고 마감 시한을 임의로 정한 다음 “마감을 못 했으니 야근을 해서라도 빨리 끝을 내라”라고 했다는 점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노무사들은 강제 근로의 사안은 아니라고 보나, 반복성을 가지거나 악의적인 시한 설정은 문제가 있다고도 본다. 마감을 지키지 못한 근로자를 비판하는 의견도 물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현장의 질문들 속에서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과연 이러한 질문들 속에는 근로자인 자신이 근로와 노동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다. 이 질문은 마치 ‘맞다, 아니다’, ‘잘한다, 못한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누구나가 누구나의 방식대로 할 수 있겠으나, 근로자의 삶은 근로의 본연에서 그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하는 근로의 의무와 권리를 생각해보면, 왜 우리 사회가 근로자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왜 우리 사회는 근로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존중해 왔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위 세 가지 사례에 대하여, 단순히 법 논리, 노동법적 논리, 인사노무적인 사고방식으로 분석한다면 ‘한쪽은 맞고 한쪽은 틀렸다’는 셈이 되지만, 실제 해당 근로자가 직장동료를 녹음하고 다닌다거나, 8시 59분에 출근한다거나, 마감을 못한 책임을 상사에게만 돌리려는 것이 과연 근로의 이상(理想)에 부합하겠는가라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모든 사건에 대하여 결과적으로 ‘잘못되었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노동현장에서의 여러 질문들을 최우선적으로 청취하면서 무수한 공론화를 통하여 우리 국민 누구나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물론 그 기초는 노동과 근로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자신과 동료들이 함께 일하는 일터(직장)의 모델을 더 낫게 만들어 가려는 자세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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