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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취향에서 컨셉으로

  • 송고 2023.10.19 06:00 | 수정 2023.10.19 06:59
  • EBN 관리자 외부기고자 ()

김작가

김작가

한국 대중문화, 혹은 소비문화의 오래된 특징은 트렌드는 있으되 스타일은 없다는 점이었다. 히트 상품이 등장하면 그것이 소비재든 문화상품이든간에 마치 필수품처럼, 의무처럼 소비하는 현상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노스페이스 패딩, 파타고니아 티셔츠 같은 패션 상품들이 있었고 <명량>같은 영화들이 있었다. 아이돌 팬덤과 거리가 먼 40대 이상의 중년들이 BTS 등의 아이돌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비슷하다. 남들이 다 입고, 보고, 들으니까, 혹은 요즘 대세라니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소비하는 현상이었다. ‘쏠림의 문화’라 규정할 수 있는 특성이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컨셉러’들의 등장, 그리고 보편화가 된 이후다. 컨셉러란 무엇인가. 무조건 싼 가격, 유행하는 아이템보다는 내가 원하는 컨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즉, 트렌드를 좇는 것도 아니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확고한 취향, 혹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소비 계층을 뜻한다.


한국 사회에서 취향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21세기 들어서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맞춤형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부터다. 기존 언론과 매체 대신 해외의 사이트를 서칭하며 각자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탐구하면서, 문화는 풍부해졌다. 힘들게나마 해외 직구도 가능해졌다. 사람들이 엮였다. 커뮤니티의 전성시대였다. 모두가 똑같은 걸 향유하던 시대가 끝나면서 취향이란 개념은 호모 콘수므스(homo consumes), 즉 소비하는 인간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가 된 것이다. 취향을 바탕으로 소비하는 형태는 인디 음악, 독립 영화의 전성기를 낳았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본능은 SNS의 등장과 함께 만개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평범한 사람도 남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누구나 인기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초기 SNS에서 인기를 얻은 이들은 연예인 또는 매스 미디어의 화보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얻었다. 외모를 활용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사진과 글로 대중의 선망을 샀다. 과거 유행했던 ‘얼짱’부터 ‘인플루언서’에 이르는 이들이 그랬다. 그들이 사용하는 소품, 여행하는 관광지는 여느 연예인이나 방송만큼의 파급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중요한 게 있다. 그게 ‘일상’처럼 보여서는 안된다는 거다. 또한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연출과 스토리가 필요해진다. 여기서 컨셉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자기 자신을 어떤 캐릭터로 만들 것인가? 어떤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컨텐츠로 만들 것인가? 스스로를 영화 <트루먼 쇼>의 짐 캐리로 여기는 세대에게, 이는 자연스러운 고민거리다. 글과 사진, 영상까지 모든 미디어가 모두에게 열린 시대의 필연적인 흐름이다.


그리하여, 컨셉은 다양해졌다. 화려함에서 출발한 컨셉은 전문성으로 옮겨 갔다. 평론가와 기자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리뷰’ 컨텐츠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나 책 같은 문화 상품부터 화장품과 전자 기기같은 제품 리뷰어들이 등장했다. 이런 컨셉들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연예인과 모델로 대변되는 외모자본, 특정 분야에 대한 오타쿠적 관심과 이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언변으로 만들어내는 지식자본은 분명히 매스 미디어가 독점하고 있던 영역을 분산시키는 공이 있었다. 권위를 해체한 것이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대중은 뉴 미디어를 통해 기존의 미디어는 다루지 않았던, 다룰 수 없었던 컨셉트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과식과 폭식 등의 ‘먹방’을 시작으로 일부러 욕먹기 좋은 일만 골라서 선보이는 ‘병맛‘ 컨셉트도 등장했다.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컨셉트, 사회 통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컨셉트 등등도 속속 나타났다. 당연히 비난도 따르지만 이런 컨셉에 열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계의 격언인 “나에 대한 뉴스는 부고 기사만 빼고 다 좋은 것”, 연예게의 격언인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말은 자신들의 미디어를 손에 넣은 대중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도 모범생이 있고 얼짱이 있는 반면, 이상한 애들도 있었다. 그 때 인정받는 건 긍정적인 캐릭터 뿐이었다. 현재의 대중은 긍정적 컨셉과 부정적 컨셉을 구분하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 매장될 뿐, 어떤 보상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긍정과 부정, 모두 돈과 인기를 모을 수 있다. 유튜브의 광고수익, 아프리카TV의 별풍선 등을 통해서다. 한 때 패리스 힐튼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을 때 따라붙는 말이 있었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생각해보면 패리스 힐튼이야말로 진정한 컨셉러였다. 힐튼 호텔 상속녀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호화로운 사생활을 전시했다. 악평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대중들에게 욕을 먹을 수록 더욱 더 기행을 저지르곤 했다. 그럴 수록 그녀의 수입과 명성은 올라가기만했다.


대중은 끊임없이 남을 부러워한다. 분노할 대상을 찾는다. 여기엔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SNS를 이용해서 유명해지기 바라는 사람들도 외모, 전문성에만 기대지 않는다.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어떤 컨셉트라도 뉴 미디어 스타가 되기 위해 채택하고 활용한다. 그리고 대중은 그것이 무엇이든 뚜렷한 컨셉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열광한다. 정보와 컨텐츠가 점점 넘쳐날 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세기 말 등장한 취향이 이제 소비의 단계를 지나 컨셉트를 생산하고 컨셉러의 시대를 열었다. 해수욕장의 모래처럼 방대하고 넓은 컨텐츠의 바다에서는 컨셉러만이 최소한 조약돌처럼 눈에 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음악컨텐츠기업 일일공일팔 컨텐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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