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집값 회복을 주도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10월 들어 주춤해졌다. 10월 16일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0.09%를 기점으로 상승폭이 줄어들더니 11월 20일 현재 0.03%로 움직임이 한풀 꺾였다. 같은 시기 강남구는 0.1% 변동률에서 –0.02%를 기록하며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 저성장과 고금리 문제 외에도 상반기 회복세를 탔던 집값을 두고 매도·매수자간 거래희망가 차이가 발생하며 아파트 매매거래 시장엔 관망과 눈치 보기가 극심하다. 2022년 하반기 9만6432건으로 급감했던 아파트 매매거래가 2023년 상반기 19만2655건을 나타내며 회복되는가 싶더니 5월 3만7125건을 고점삼아 이후 매달 3만여 건씩 거래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경매로 출회되는 아파트 물건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0월 3088건을 돌파했다. 지난 3월 2693건으로 2000건을 돌파한지 7개월만이다. 경매진행 건수가 3000여 건을 넘어선 것은 2020년 11월(4020건)이후 약 3년 만이다.
유찰된 매물이 쌓이고 고금리 부담을 버티지 못한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월 3088건의 경매물건 중 주인을 찾은 매각건수는 1124건으로 평균 매각률(낙찰률)이 36.4%에 그치고 있다.
그마나 주택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아파트 청약시장이다.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2023년 1월 0.3 대 1까지 낮아졌으나 10월 현재 14.1 대 1로 높아졌다.
실제 10월 분양한 경기도 화성시 장지동 ‘동탄레이크파크자연앤e편한세상(민영)’은 1순위 청약경쟁률이 377 대 1로 연내 분양한 사업지 중 청약경쟁률 1위의 기염을 토했다. 11월 공급한 경기도 파주시 동패동 ‘운정3제일풍경채(A46B/L)’도 371 대 1로 청약마감하며 뜨거운 청약열기를 나타냈다.
연초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무력화된 민간분양가상한제와 물가상승으로 유발된 고분양가 문제를 피하면서 택지지구의 생활편익을 누릴 수 있는 사업지엔 여전히 많은 청약자가 몰리고 있는 반증이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9월 특례보금자리론(일반형) 중단 등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전반적인 매수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CSI을 살펴보면 지난 10월 108을 기록해 9월 110을 정점으로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관련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주택가격전망 등 관련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긴 하나 관련 수치가 다시 내려앉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해당 수치는 2022년 11월 61로 최저점을 기록하다 올해 6월 100으로 극적 반등한 바 있다. 하지만 10월 들어 주택거래량이 낮아지고 가격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리며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가격전망과 소비심리가 냉각초입에 들어섰다.
저성장 등 경기불확실성이 농후한 시대에는 큰 목돈이 들어가는 자산 매입의 선택, 즉 주택구입을 더욱 신중하게 만든다. 집단적 기대치가 담긴 주택가격 전망이 고점을 찍은 후 관련 수치가 낮아진다는 점은 집값 상승에 대한 심리적 기대가 떨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번 멈춘 심리적 동력을 재가동시키기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분간 주택시장은 거래가 한산한 계절적 비수인 겨울시즌으로 들어선다. 영하권 날씨만큼 일부지역 주택시장의 체감 온도와 가격흐름은 보합을 넘어 하락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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