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사요화로 회사 피해 막심
협력사에 압력 행사 등 '영풍 죽이기' 지속
영풍·고려아연 같이 살기 위해 MBK와 주식 매수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한 의혹을 재차 강조하며 경영권 확보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영풍과 고려아연 두 회사가 지난 75년간 공동 창업자들과 그 후손, 그리고 수많은 임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낸 결실을 최윤범 회장이 사요화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죽했으면’"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동업의 상징’ 이었던 서린상사 사태를 그 예로 들었다. 서린상사는 선대 경영자들의 합의에 의해 2014년부터 영풍 측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해온 회사로 영풍 측 장세환 대표는 지난 10년간 대표로 재직하면서 서린상사를 매출 5200억원, 당기순이익 154억원, 순자산 2450억원, 부채비율 10.1%의 내실 있는 회사로 발전시켰다.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먼저 제안하고, 올해 주총 전후로 그간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결국 이사회를 독점 장악했다. 이후 기존에 영풍과 고려아연이 함께 거래해 오던 고객사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강 사장의 주장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곧 문 닫을 것' '앞으로 영풍과 계속 거래하면 영풍에 문제가 생겨 물건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우리(고려아연)가 물건을 공급해줄 수 없다'는 식이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올해 4월 고려아연은 공동구매도 중단한다고 모든 정광 원료 구매처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여기에 기존 거래처에 영풍은 곧 망할 회사니 거래에 신중하라는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영풍에게는 물론 고려아연에게도 해가 될 자해행위에 다름없다. 회사의 이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 배임행위라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4월 15일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는 영풍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수출할 수 있는 항만부두 내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계약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
고려아연이 양사의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을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강 사장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닌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라며 "그러나 최윤범 회장은 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이사로 취임 후 2022년, 2023년 두 해 동안에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무려 16%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더불어 경영권을 독점하고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 사례들로 실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으며, 재무적으로 위험상태에 빠뜨렸다.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이고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는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 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 원대의 손상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 사장은 "과연 1조1400억 원이라는 돈이 어디로 간 것이냐"며 "최 회장은 이러한 석연치 않은 투자가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투자 경위와 투자금의 소재, 그리고 손실 규모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는 사이에 건실했던 고려아연의 부채는 무려 35배 증가했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 낮아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자식이 망가지는 걸 그냥 두고만 보는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내 재산이 손상되는 걸 어찌 참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영풍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그야말로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며 "최윤범 회장은 영풍의 황산처리 주요 경로를 틀어막아버림으로써 영풍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어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강 사장은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권 강화를 통한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우리가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훼손된 이사회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며 "직계 포함 2.2%의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 최윤범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 양 회사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특정 주주가 아닌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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