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놓고 정부-한은 팽팽한 신경전
협의 과정 순탄치 않을 듯…야당 설득도 넘어야 할 산
[세종=서병곤 기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한국은행이 오는 4일 TF팀을 구성,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결과 도출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정부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직접 출자를 하거나, 산업은행의 채권 또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등을 매입해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특정 업종에 국한된 자금 지원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한은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등 '한은 역할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한은이 국책은행에 실탄을 제공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반드시 관철시키기 위해 다가올 TF 회의에서 한은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은 내에서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조성되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모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형 양적완화는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있어 유력한 아이디어”라며 한은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은이 산업은행의 코코본드를 인수해 산은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새로 들고 나왔다.
임 위원장은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 개정 전에는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과 금융을 진두지휘하는 두 수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TF 회의에 앞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부가 한은의 발권력 동원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국가 재정(현물 출자 등)을 투입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전년보다 8조5000억원 늘어난 38조원 적자를 기록하며 2009년(42조9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재정적자 폭이 커진 것은 메르스 사태 극복과 경기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11조6000억원 규모)을 편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막대한 적자 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발행과 차입금이 늘면서 국가채무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지난해 국가채무는 590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조3000억원 급증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추경 카드(현물 출자 등)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경우 재정 부담과 함께 국가채무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의 직접 출자 또는 산은 채권 매입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은 기업 구조조정의 선제적 대응은 물론 정부의 재정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TF 회의에서 정부가 한은에 몰아붙이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최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가 기업구조조정 지원은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의 역할이고, 발권력을 이용해 재정 역할을 대신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한은 노조 역시 정부의 발권력 동원 시도를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도 독립기관인 한은이 특정 업종에 자금을 지원해졌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순순히 정부의 입장을 따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헀다.
이어 “또한 코코본드를 제외한 한은의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법개정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정부가 넘어야 한 산”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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