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적극적 역할 수행…추진방안 충분히 논의하라"
산금채·수은채 매입, 직접출자, 코코본드 매입 등 거론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반발 기류를 내비쳤던 한국은행이 불과 몇일만에 적극 협조쪽으로 급선회하면서, 향후 한은의 국책은행 지원 방안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오는 4일 개최한다.
그동안 정부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한 직접적인 출자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적극 나서주기를 원했지만, 한은은 한국은행법 등 현행법을 들어 정부에 반대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열린 집행간부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를 위한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관계기관과 추진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기존 반대 입장을 뒤집었다.
이같은 이 총재의 발언에 한은의 발권력 동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금채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가능성 낮아"
최근 떠오르고 있는 자금확보 방안으로는 한은이 산은이 발행한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나 수은채를 인수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현행 한은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영리기업이나 영리법인의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참여자로 산금채를 매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산금채에 정부 보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방안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동의가 쉽지 않다는 것. 특히 야당은 야당은 기본적으로 한은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정부 보증을 받아 한은이 산금채를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나서 채권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우량채인 산금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이면 시중은행이나 증권사가 안전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채권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
산은도 이같은 방식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산은 입장에서 산금채 발행은 부채만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 발권력 통한 직접출자 가능해지나
정부는 한은이 돈을 찍어내, 이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출자해 직접 자본금을 늘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정부 예산안에 편성하는 '현금출자'를 통해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다 연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되지 않는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점에서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정부는 현금출자시 지난해 2조5000억원 가량의 세계잉여금 중 국가채무 상환 등에 써야할 액수를 제외한 여유분 등을 전용하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당장 정부가 쓸 수 있는 불용재원 규모가 제한돼 있어 구조조정에 필요한 국책은행 출자 규모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즉각 자본확충이 가능한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한은이 산은에 출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에 금융위는 한은의 산은 출자가 필요할 경우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이주열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은의 출자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산은, 코코본드로 '실탄' 확보할수도
또다른 방안으로는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이 있다. 금융위도 산은이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 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 코코본드)은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으로, 발행 조건에 따라 바젤Ⅲ 규제체제에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원리금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후순위채권으로 투자위험이 크지만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산은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자본을 확충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을 떠 안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다.
현행 한은법에는 '한은은 국채 또는 정부보증채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서 정부가 산은의 코코본드를 보증하면 한은이 이를 인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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