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지정 표준은 북미식, 기판매된 제품은 유럽식 방송표준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가 정작 UHD 방송을 못보고, UHD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전망이다.
김정재 새누리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UHD TV 구매인구가 올 연말까지 100만명으로 예상되는데 이 티비를 구매한 사람은 지상파 UHD를 볼 수 없다. 컬러TV를 샀더니 흑백이 나오는 격"이라며 "이는 (국내 UHD TV가)유럽식 방송표준에 맞춰 제작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2개월 전에 미래부는 미국식을 표준으로 정했다. 기존의 방식은 소용이 없게 됐다"며 "빨리 물건을 산게 무슨 죄인가"라고 지적했다.
올해 7월 미래부는 내년 2월부터 개시되는 국내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표준을 기존 유럽식(DVB-T2)에서 북미식(ATSC 3.0)으로 변경, 확정했다. 유럽식 표준은 인터넷 프로토콜(IP) 및 개인화 양방향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에 유럽식 표준을 적용했던 기존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안테나로 국내 지상파 UHD방송 등을 볼 수 있게 됐다. 추가 비용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인 것.
김 의원은 "내년 2월까지 5개월 남았는데 UHD 방송을 보려면 추가로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UHD TV 제조사들과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 미래부가 그 사이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상파 UHD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문제가 많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데는 4년이 걸렸으나 UHD는 5개월 밖에 준비기간이 남지 않았다"며 "(콘텐츠 보호 기술인)암호화에 대해 방송사와 제조사들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UHD 방송 표준을 북미식으로 결정하면서 콘텐츠 보호 기술은 지상파방송사와 가전사가 합의해 탑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해외에서 한류 드라마가 불법 복제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UHD 방송에 콘텐츠 보호 기술을 적용할 것을 주장해왔다.
반면 가전사들은 UHD TV에 암호 해제 프로그램을 탑재하면 제조원가가 상승해 결국 소비자 부담이 증대된다는 점을 들어 이를 우려해왔다. 또 유료방송사업자들도 UHD 영상을 보기 위해 셋톱박스마다 암호화된 UHD 콘텐츠 해제장치를 탑재한다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돼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의원은 "여기에 미래부는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자율적으로 협의하라고 고시를 했다.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 LG전자가 UHD 방송 합의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오보라고 한다. 아직 협의되고 있지도 않고 이견차가 크다는 뜻"이라며 미래부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질의를 받은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제조사에서 별도의 수신장치를 준비하고 있고,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 고지를 확실하게 하고 추가 장비의 가격도 낮게 책정하게 할 예정"이라며 "(콘텐츠 보호 기술 문제는)제조사와 방송사가 충분히 협의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방위 오전 국감에서는 최 차관은 다소 본질과 떨어진 답변으로 인해 김 의원의 질타와 함께 신상진 미방위원장의 주의를 듣기도 했다.
최 차관은 '셋톱박스 추가 구매 소비자에 대해 미래부는 어느 대응을 할 것인가'라는 김 의원의 질의에 "UHD TV를 사면 HDTV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며 "TV 제조사들이 이를 고민해 미국, 유럽용 수출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국내 소비자들에 대해 얘기하는데 삼성, LG 수출을 걱정해야 하나"라며 "(소비자 관심사항은)UHD TV를 샀는데 2017년 내가 볼 수 있느냐 없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100만대 UHD TV 구매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상황에 대해서 수출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 아니다. 질문의 요지를 그렇게 피해가려는 식으로 답변하려고 하면 안된다"며 "100만명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 미래부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향후 검토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거나 수용하면서 답변해야지 빠져나가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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