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ITC, 韓세탁기 산업피해 긍정판정이어 태양광패널 구제조치 판정
내년 트럼프 대통령 세이프가드 발동 시 우리기업 막대한 타격 불가피
올해 車수출 부진으로 대미수출 성장세 약화..수입규제 '엎친데 덮친격'
[세종=서병곤 기자]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초 삼성·LG전자 세탁기에 대해 자국 산업피해 '긍정' 판정을 내린데 이어 최근 태양광패널에 대해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구제조치 판정을 내렸다.
아울러 내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들 제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 추가 관세부과 등의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타격일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주력 품목인 자동차 수출 부진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미 수출의 성장세가 더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IT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산 태양광 셀·모듈 수입에 대해 미국 업계의 피해가 인정된다며 구제조치 판정을 내렸다.
ITC가 내린 구제조치 판정 내용을 보면 총 3가지 안이 제시됐다.
1안의 경우 셀(TRQ) 쿼터 0.5GW(1년), 0.6GW(2년), 0.7GW(3년), 0.8GW(4년)에 대해 각각 관세 10%, 9.5%, 9%, 8.5%를 부과하고, 쿼터 외 물량에 대해서는 30%, 29%, 28%, 27%의 관세가 부과된다. 모듈에 대해서는 35%(1년), 34%(2년), 33%(3년), 32%(4년)의 관세를 부과한다.
2안은 셀 쿼터 1GW(1년), 1.2GW(2년), 1.4GW(3년), 1.6GW(4년)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쿼터 외 관세로 30%, 25%, 20%, 15%를 부과하는 안이다. 모듈은 30%(1년), 25%(2년), 20%(3년), 15%(4년)의 관세가 적용된다.
3안의 경우 셀·모듈 쿼터를 8.9GW(1년), 10.3GW(2년), 11.7GW(3년), 13.1GW(4년)로 설정하고, 수입허가권(1센트/W 당 관세부과)이 부여되는 안이다.
앞서 ITC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삼성·LG전자가 태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세탁기에 대해 '자국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ITC는 오는 21일 관세부과, 수입량 제한 등을 정하는 구제조치를 결정한다.
한국산 태양광 셀·모듈과 세탁기에 대한 구제조치 최종 결정은 현지 규정에 따라 내년 1~2월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제품들에 대해 ITC의 구제조치안대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수입량 제한, 관세부과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ITC의 규제조치(1·2안)대로 30~3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현재 태양광 셀·모듈의 낮은 마진율을 감안할 때 관련 업체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에 대한 세탁기 수출액이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삼성·LG전자 역시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주력 품목인 철강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의 미국 안보 침해 여부를 미 상무부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만간 미 상무부의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보 침해'라는 결론이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처럼 한국산 태양광, 세탁기, 철강 제품이 세이프가드 발동 위기에 놓이게 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주창해온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성장세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대미 수출의 추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미 수출(전년대비)은 2월, 4월, 7월, 8월, 9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대중 수출이 1월부터 10월까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간 것과는 큰 대비를 이룬다.
이는 1~10월 누적 대미 무역흑자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억 달러 줄어든 것에서도 엿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대미 수출보다 대미 수입이 크게 급증한 것이 흑자액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대미 무역흑자액이 줄어든 것은 한미 FTA 재협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부의 대미수입 확대 전략이 가장 큰 이유지만 현지시장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 부진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1월~6월 20일) 자동차 수출은 신차 판매 감소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으며 지난달(1~20일)에는 34.4%나 급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기조 속에 미국의 수입규제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가 두 번째로 높은 대미 수출의 부진세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코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과 향후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에 수입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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