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배구조 개편 압박 이후 회사 안팎서 관련루머
정의선 부회장 지배력 강화 활용…합병은 현실성 떨어져
수년간 제기돼 온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내지 합병 문제가 2018년 새해 들어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지속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도 어느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초 현대차그룹에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지배구조 개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당초 시한인 지난 2017년 말까지 마무리 되지 않자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김 위원장 요구의 핵심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다. 또 현대모비스는 기아자동차가 최대 지분을 갖고 지배하는 구조로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물론 이들 주요 계열사에서 정몽구 회장 및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오너일가들이 갖는 지분은 많지는 않다. 다만 주요 계열사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된다면 다양한 방법이 있다. 오너 지배력도 강화하고 자금도 그나마 적게 들이는 방법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의 인적분할 및 합병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자면 현대차그룹 내 가장 유력한 경영권 승계 후보인 정 부회장이 3사의 인적분할 과정을 거쳐 탄생할 지주사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해 실탄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개인 자격으로는 가장 많은 11.72%를 쥐고 있다. 지분 평가액만 해도 5000억원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3분기까지 기준)은 4조 6285억원, 영업이익 4062억원이다. 2014년 현대엠코와의 합병 뒤 빠르게 성장해 현재는 10대 건설사에 걸맞는 실적을 내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해외수주액만 따지면 모회사인 현대건설의 2배 이상이다.
따라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성사되면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정 부회장도 지주사 지분 매입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 내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도 지배구조 개편 이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합병 시 커지는 몸집만큼 배당 내지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인사를 통해 업계 최장수 CEO인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을 2선 후퇴시키고 재무통인 박동욱 사장을 전진 배치한 것은 현대엔진니어링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사업이 중복되는 만큼 정부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되고 건설사간 출혈경쟁이 격화되는 경영환경상 합병이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합병시에는 사업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정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합병법인에서 2대주주인 정 부회장의 입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은 물론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이 결성된 것도 이를 우려해서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장이나 합병 모두 관련사안이 결정되거나 내려온 지침이 없으며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