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메리츠증권, 초대형IB로 성장 카드 놓고 고민
종금업 면허 만료되는 2020년 대비할 새 수익사업 필요
자기자본 3조 대형IB로 활약 중인 메리츠종금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레벨업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초대형IB 육성에 발맞춰 대형사들이 덩치를 불리는 과정이 '실용주의' 메리츠증권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갈구하는 메리츠 입장에선 사업규모를 키울 적절한 타이밍인 셈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상증자 시행을 공식화한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등은 대형IB로 데뷔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자본조달을 통해 덩치를 불려 자기자본 3조 조건에서 새로운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달 23일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구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완결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2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9920억원) 35.04% 불어난다. 대형IB(3조원)로 올라설 수 있는 지름길이 마련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도 IB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증권과 은행, 지주, 생명, 캐피탈의 투자 역량을 집결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을 마련했다. 그룹의 계열사별로 분리된 IB 영역을 GIB로 융합해 집단 시너지를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처럼 굼뜬 은행계 증권사를 긴장하게 만든 '메기 효과'는 메리츠증권이 만들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8개월간 유상증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메리츠캐피탈 자회사 편입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현재 자기자본은 3조3100억원으로 초대형IB 5곳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 3조원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상황적으로도 메리츠가 4조원대 초대형IB로 발돋움하는 데에 판세가 유리한 편이다. 초대형IB 5개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만 받은 가운데 나머지 4개사는 심사보류되면서 경쟁 강도가 낮아졌다. 게다가 지난해말 기준 순이익 규모 면에서도 대형사 미래에셋대우(4200억원), NH투자증권(3500억원), 한국투자증권(4800억원)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3552억원이다.
또한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던 발행어음사업(단기금융업)에 대한 금융투자업권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발행어음이 시행 초기에는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기업어음(CP)에 불과한 가운데 제약이 많은 사업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투자중개업인 기업어음 발행과 달리 발행어음은 단기금융으로 분류되는 일종의 수신(은행업 겸영 영역) 기능이다.
성장의 촉매였던 종금 라이선스를 오는 2020년 3월 반납해야 하는 메리츠증권으로선 단기금융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넘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종금업 라이선스로 부동산금융 주선·자문, 리스, 부실채권(NPL) 투자, 기업 대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지금까지 고공질주할 수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4조원 초대형IB로의 전환에 관심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조달한 7480억원의 자금을 갚아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로 언급된다"면서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초대형IB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식지 않은 지금, 종금 면허 반납 이후의 사업을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4조원 초대형IB가 제약만 많다는 쪽과 활용할 만한 사업적 매력이 있다는 쪽으로 갈리는 양상"이라면서 "메리츠증권의 사업 경쟁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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