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지부, 올해 사측과 15차례 교섭 진행…합의점 도출 안 돼
손보노조 vs 한화노협 '단체교섭권' 놓고 갈등…"쟁의행위 불가능"
한화손해보험 노사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한화손보 노사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총 15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한화손보 내 복수 노조간 갈등이 오히려 부각되는 상황이다.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화손보지부와 제2노조인 한화그룹노조협의회(한화노협)는 임단협을 위해 연대해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지만 갈등을 빚으며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한화손보지부 노조는 이 같은 노노(勞勞)갈등 상황에서 사측이 임단협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손보지부 노조는 6일 서울 여의도 한화손보 본사 앞에서 임단투 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측에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성실한 자세로 2018 임단협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화손보지부 노조(이하 1노조)는 한화손보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3% 증가한 1960억원을 거뒀음에도 임금 인상폭은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소비자물가가 1.9%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는 오히려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 속에 1노조는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초 이달 30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그러나 총파업은 안개 속으로 빠졌다. 1노조가 가진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온당하지 않다고 2노조인 한화노협이 주장하고 있어서다. 존립 근거 자체가 쟁점이 되면서 결국 1노조와 2노조가 함께하는 총파업은 열리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및 노조에 따르면 2009년 12월 30일 한화손해보험은 제일화재를 공식 합병하고 2012년 1월 통합노조를 설립, 통합선거를 치른 후 약 1년 9개월 만인 2013년 9월 김기범 현 한화노협 2기 위원장이 현재 2노조를 출범시켰다.
복수노조 설립과 함께 도입된 것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다. 교섭에 참가하는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대표노조를 결성하지 못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가지도록 했다.
조합원 수가 비슷한 복수노조를 둔 한화손보도 올해 2월 새 교섭대표노조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당시 공개된 조합원 수는 2노조가 680명, 1노조가 670명이었다. 2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가져가는 상황이었으나 1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면서 다시 조합원수 집계를 진행했고, 그 결과 1노조 조합원수가 50명 늘어나 2노조를 역전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이를 토대로 지난 3월 1노조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했다.
2노조는 1노조가 조합비를 내지 않는 직원들까지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이미 탈퇴한 노조원을 포함하는 등 노조 규정을 위반하면서 50명 증가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기범 한화노협 위원장은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하기 위해 분명 한 가지는 확인해야만 하겠다"며 "올해 교섭권을 결정짓는 2월과 3월 새노조, 구노조 전체 조합원 현황과 조합비 납부 사실을 확인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재영 사무금융노조 한화손보 지부장은 "법적으로 교섭권 관련해서 (합법으로)결정이 났고, (김기범 위원장이)행정소송을 한다고 했는데 제기를 안 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노조는 한화손보의 4년 연속 흑자기간 동안 1노조가 기본급 인상 협상에서 성과가 미진하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기본급 10% 인상 △주 35시간 노동시간 쟁취 △임금피크제도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1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대한 2노조의 태도는 1노조에게 성과를 안겨주지 않으려는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 무산에 대한 입장도 극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1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대면에서 2노조가 파업에 한해서는 동참하기로 했으나, 김기범 위원장이 어제(5일) 이를 갑자기 취소했다는 설명이다.
김재영 지부장은 "16일 김기범 위원장과 만나 이야기하니까 '통합노조와 공동교섭권 투쟁은 절대 못한다. 다만 통합노조 파업투쟁이라도 한다면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23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11월 30일 총파업 투쟁을 픽스했던 것"이라고 했다.
김기범 위원장은 "그런 적이 없다. (파업을 하거나)안 한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며 "교섭을 우리(2노조)가 해야 하는데 조합원은 우리가 많은데도 그걸 뒤집는 과정에서 (1노조가)서류상 조합원들을 막 집어넣었다고 추정해 그걸 확인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은 교섭요구를 한 노동조합의 전체 재적인원에 대비해서 쟁의권 투표를 해야 한다. 1노조는 같은 날 동시에 쟁의찬반투표를 할 것을 요구하지만 2노조는 입장이 다르다.
김재영 1노조 지부장은 "우리가 쟁의찬반을 거치고 투쟁하는걸 보고 자신들이 판단하겠다고 하더라. 저희 입장에선 안 하겠다는 거랑 똑같은 것이다"라며 "자기들이 하면 더 잘한다, 교섭권 달라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간 반목은 '어조'로도 역력히 나타난다. EBN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기범 위원장은 "할 말 있으면 16일 오후 3시에 서소문으로 오시오. 운영위 회의 있으니 직접 와서 설명할 것 있으면 하세요. 그럴 용기나 있으려나 모르겠네"라고 김재영 지부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임단협 파업관련 새노조 제안'이라는 입장문을 내며 "구노조가 주장하는 공동교섭도, 공동투쟁도, 공동파업도 믿지 못하겠다"며 "이미 신뢰가 무너지고 배신감으로 의혹만 난무하는 속에서 어떻게 동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믿고 연대할 수 있겠나"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된 탓에 이달 말로 예정했던 총파업 결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시간상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영 지부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공동교섭하자고 요구했던 게 2노조 아니었나"며 "왜 함께하지 않나. 교섭권 없으면 조합원 권익을 위해서 투쟁도 못하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노갈등의 상황은 한화손보 노사의 임답협이 지지부진하게 된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영 지부장은 "쟁의권 확보 자체가 단독으로 힘든 상황으로, 양노조가 협력하지 않으면 위력적인 쟁의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을 사측이 십분 활용해서 적극 교섭에 임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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