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전 '봇물' 유한양행, 故유일한 박사 경영철학 부각
유한양행이 기술 수출 '홈런'을 연달아 때려내며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얀센에 비(非)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 기술을 1조4000억원에 이전시키더니, 이번엔 미국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9000억원 짜리 기술 수출을 이뤄낸 것. 1년 사이에 벌써 3건이다. 유한양행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창업주인 故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도 재조명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Gilead Science)와 7억 85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공동개발 계약의 건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란 간의 지방축적, 염증 등이 특징으로 나타나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길리어드는 2가지 약물표적에 작용하는 합성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개발·사업화 권리를 갖는다. 유한양행은 대한민국에서 사업화 권리를 유지한다. 유한양행과 길리어드는 비임상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 길리어드는 글로벌 임상 개발을 맡는다.
유한양행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받는다. 또 향후 개발, 허가 및 매출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7억7000만 달러(약 8621억원)와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받게 된다.
유한양행은 이번 기술이전 계약 외에도 지난해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질환치료제 'YH14618'을, 그해 11월 얀센바이오테크에 3세대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건수로 볼 경우 최근 들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한 기술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이와 같은 유한양행의 성공과 관련, 창업주인 故유일한 박사의 모범적인 경영철학과 이념을 재조명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 갑질이 만연한 가운데 유일하게 '선행 기업'이라는 이미지 부각과 함께 후일담도 소개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故유일한 박사는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인물이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한국의 기업가로, 1904년 9세 때 선교사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학업을 마친 뒤 전자회사 사원으로 근무하다가 1922년 자립해 숙주나물을 취급하는 라초이식품을 설립했다. 1926년 귀국, 유한양행(柳韓洋行)을 설립했다.
1971년 3월 11일 76세를 일기로 유일한 박사는 막대한 전재산을 기부한뒤 빈손으로 홀연히 세상을 떠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딸 유재라씨도 1991년 미국에서 숨을 거두며 자신의 전재산을 기부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올린 성과도 성과지만 창업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독립운동 자금마련에 힘을 실어준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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