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CEO "맥도널드 본사처럼 파트너GA·설계사 반드시 성공시켜야"
보험사·대리점·설계사 갑을관계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 전환이 '트리거'
손보업계에서 나홀로 흑자를 기록한 메리츠화재가 시장 영향력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가고 있다. 전통보험사가 60년간 지켜온 시장우위 입지를 고집하는 것과는 다르게 메리츠화재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보험대리점(GA)과 설계사 간 동업자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일부에서는 이를 보험사·대리점·설계사가 상생전략으로 산업을 더욱 풍성하게 할 '트리거'로 해석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사업파트너 보험대리점과 설계사를 염두한 경영 슬로건 '여러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합니다(We do it all for you)'를 전사적으로 지난 2일 내걸었다.
이 슬로건은 메리츠화재가 GA와 설계사들과 큰 그림 속에서 함께 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맹점 본사격인 메리츠화재가 적극적인 상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펼쳐 가맹점주인 GA와 설계사들이 고객층을 탄탄히 다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경영진들은 메리츠화재를 맥도널드 본사에 빗대 파트너 GA와 설계사들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은 "맥도날드는 가맹점주 성공을 위해, 가장 맛있고 수익성 높은 메뉴와 최고 서비스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컨설팅한다"면서 "회사가 공급업자가 되는 방식으로 가맹점 운영에 관여하기보다, 가맹점주를 동업자로 삼았기에 동반상생이 가능했다"고 운을 뗐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도 파트너 성공에 집중해 TA(Tide Agency:전속채널)와 다이렉트 텔레마케팅(TM) 부문에선 사업가형 본부장과 설계사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설계사에서 본부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수당·영업)제도 개선과 '드림설명회' 등을 통해 성취동기를 높이고 다양한 신상품과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김 부회장은 "'맥도날드 가맹점주가 되면 성공한다'는 강력한 믿음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있었던 것처럼 '메리츠화재의 파트너가 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보험업계에도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동부터 철학까지 우리를 되돌아보고 분투하자'고 강조했다.
임직원에 대한 김 부회장의 이같은 독려는 보험산업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는 현재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상품연구와 마케팅 개발, 파트너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당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GA와 설계사에 대한 파트너십은 보험 산업 60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트리거'로 풀이된다.
보험사·대리점·설계사가 더 이상 갑을 관계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십에 기반해 함께 경쟁력을 키워 나감으로써 보험 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작용될 수도 있어서다.
일단 메리츠화재로 경력설계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 파트너십 경영에 힘을 싣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공시 기준 2017년 말 1만3667명이던 메리츠화재 설계사 수는 지난 7월말 기준 2만446명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반해 전통강자인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설계사 수가 1만9120명에서 1만8452명으로 줄어들었다.
메리츠화재 전속설계사 증가는 경쟁 보험사뿐만 아니라 GA와 비교해도 높은 판매수수료 영향이 가장 크다. 설계사에 가장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장기 인보험의 경우 메리츠화재는 초회보험료(보험가입자가 첫 달 내는 보험료)의 10배인 1000%를 전속설계사에게 지급한다. 비슷한 상품에서 다른 손보사나 GA 소속 설계사가 받는 판매수수료는 약 600~800%선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권 일부에선 메리츠화재 이런 파트너십 경영이 보험산업 60년 동안 지속해온 보험사 우위 구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그동안 시장에서의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GA와 설계사가 보험사에 의존하게 한 부분이 있다"면서 "특히 보험사는 전속설계사에 영업 방향과 상품을 교육시키면서 상하 구도와 갑을관계를 형성해, 관계를 마진으로 남기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일정부분 설계사 정착비용을 책임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리츠화재는 그 반대 전략인 수평관계를 통해 보험사와 판매채널이 상생 관계를 이루되 각자의 프로의식을 유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전략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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