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품어온 두산건설 상폐 과감 결단
제조업에서 디지털로, 필요시 신사업도 정리
좀처럼 공식행보에 나서지 않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의 승부사적인 면모가 재부각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두산건설 상장 폐지를 최근 결단한 것.
박 회장은 평소 스타일과는 달리 경영상 고비 때마다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져왔다. 박 회장 본인으로서도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두산건설 상장 폐지가 추후 그룹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만성적자를 이어오던 두산건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주주 단일화로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 있어 두 회사 사이에 일관성을 확보하며 유관 사업에서 시너지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수차례 두산건설에 계열사를 통해 조 단위 자금을 지원하고 유상증자를 실시해 왔다.
더욱이 박 회장의 경우 두산건설은 친정과 같은 곳이다. 박 회장은 수년간 두산건설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다 그룹 회장에 올랐고 현재도 건설 회장직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수년간의 대규모 손실이 누적되면서 부실이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그룹으로 전이되자 극약처방을 낸 것이다.
취임 4년차를 맞는 박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고비 때마다 그룹 차원에서 잇따라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박 회장은 연료전지 및 2차전지용 전지박 사업, 협동로봇 등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미 두산퓨얼셀(연료전지)·두산솔루스(전자 및 바이오 소재)는 분할해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수년간 제조업 위주로 돌아가던 두산그룹을 4차 산업혁명 디지털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박 회장이다.
또 지난 10월에는 수년째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손실만 쌓이던 면세점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부실 정리작업이 그룹의 재무부담과 유동성 위기 우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건설의 매각이나 흡수합병 등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당장은 두산건설을 떠안은 두산중공업의 재무 개선과 유동성 지원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각별한 애정을 가진 두산건설을 두고 박 회장이 고심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두산중공업 편입 하에서 재무상황이 안정화되면 이후 매각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우선은 중공업의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이 그룹의 주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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