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내 카나브 의존 개선·스토가 경쟁력 확보 관건
보령제약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정 사실화됐다. 창사 62년 만의 연매출 5000억원 돌파다. 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는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와 위염·위궤양 치료제 '스토가'의 공이 컸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령제약의 외형 성장을 위해선 카나브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이 치열해질 위장약 시장에서 스토가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전날 잠정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24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매출액 4604억원 대비 13.8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49% 증가한 39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제약업계에서 연매출 5000억원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약가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게 책정돼기 때문이다. 이에 기반이 탄탄한 중견 제약사도 달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업계 일각에선 연매출 1조원보다 5000억원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1조 클럽 제약사들이 최소 50년 이상 걸려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 뒤 수 년 만에 1조원대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자주 언급된다.
실제 유한양행은 창립 82년 만인 지난 2008년 연매출 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불과 6년 뒤인 2014년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다.
특히 보령제약 매출 5000억원 돌파는 사실상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가 이끌었다.
카나브 패밀리는 보령제약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단일제 '카나브'와 이를 활용한 복합제 '카나브플러스(라코르)', '듀카브', '투베로' 등으로 이뤄진 제품군이다. 라코르는 현재 동화약품이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카나브는 지난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15호로 허가를 받은 뒤 2011년 이후 중남미와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카나브 패밀리의 국내 매출(라코르 제외)은 745억원으로 전년 604억원 대비 약 140억원 뛰었다.
보령제약의 역대 최대 매출에는 위염·위궤양 치료제 스토가의 매출 신장도 한몫했다. 스토가는 라푸티딘 성분이 사용된 품목으로, 라니티딘 사태 이후 가장 큰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라니티딘 계열 위장약에서 발암물질 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처방 중단 조치가 내려진 뒤에는 3주간 처방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령제약은 두 품목 외에도 도입신약의 성장세를 유지해 꾸준한 매출 상승을 거두겠다는 방침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앞으로도 카나브 패밀리와 스토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며 "두 품목 외에도 도입신약의 매출을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매출 5000억원을 넘긴 보령제약이 카나브 패밀리와 함께 매출 신장을 견인할 대형 품목을 개발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할 만큼 카나브 패밀리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라니티딘 사태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P-CAB과 PPI 제제와의 경쟁에서 스토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종 신약으로 매출 7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건 충분히 의미있는 성과"라면서도 "카나브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이 높은 점에 대해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니티딘 사태 이후 P-CAB, PPI 계열 위장약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령제약으로선 적응증 확대 등의 방법을 통해 라니티딘 반사 이익으로 얻은 매출을 유지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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