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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든 금소법 上] 20대 국회 입법 막차…10년 묵은 이유는

  • 송고 2020.02.23 10:00 | 수정 2020.02.21 22:49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꾸준한 발의에도 줄기각…"소비자보호 보다 금융사 이익 먼저" 인식 때문

'정부·여·야' 문제의식에 공감, 소비자보호 중시도…27일 본회의서 결정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입법 과정, 혹은 불확실성은 과거 키코(KIKO)와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에도 금소법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연합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입법 과정, 혹은 불확실성은 과거 키코(KIKO)와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에도 금소법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연합

금융권이 이달 열리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오랜 숙원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10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현재 금소법은 여·야가 이견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 무리 없이 통과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불확실성은 완전히 걷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소법이 지난해 11월 상임위원회인 정무위를 통과할 당시에도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실마리는 올해까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입법 과정, 혹은 불확실성은 과거 키코(KIKO)와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에도 금소법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금소법은 18대 국회 때인 2011년 처음 발의된 후 19·20대 국회 10건 이상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국회는 2008년 키코 사태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발의한다. 18대 국회 당시 박선숙 통합민주당 의원(현 바른미래당) 등 22명 의원은 같은 해 7월 '금소법기본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당시 제출된 의안원문에 따르면 해당 법은 금융상품 판매업자의 책무, 금융소비자정책에 관한 국가의 기본계획수립, 금융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금융소비자 분쟁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 마련, 집단소송제도 및 3배 손해배상책임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은 18대 국회에서 금소법은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금소법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마련한 안은 금융회사에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며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경우 '과징금'을 물리는 정도인 반면, 박선숙 의원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 소비자보호를 좀 더 강화된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보호를 위한 방안이 더 담겨있는 법안이 오히려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개인의 투자 책임을 판매사측에 지우거나 금융회사에 과한 부담을 줄 경우 영업활동을 위축 시킬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전체 의견을 움직였었다. 당시 금융 이슈에서 소비자보호보다 기업 이익의 우선순위가 더 높았다는 얘기다.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금소법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때도 소비자보호보다 금융사의 이익을 보호해야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매번 상정된 정부 입법안이 자동 폐기돼온 것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린 당리당략 때문이었다"며 "18대 국회부터 19대까지 친기업적인 정책이 국회 목소리를 대변한 것도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금융위원회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금융위원회

이 같은 상황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와 여야가 자본시장 발달로 복잡한 파생상품이 난립하면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라임, DLF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한 번 더 터지면서다.

실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금융 이슈에서 소비자 보호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희석된 것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금소법은 금융사가 파는 모든 금융상품에 정부안을 포함해 총 5개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기반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이 중 정부안은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 권유행위 금지·광고 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원칙이 전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되는 게 골자다. 그간 금융투자 상품과 일부 보험상품에는 적용돼왔지만 이를 은행이 판매하는 대출까지 확대, 소비자가 불필요한 약탈적 대출의 위험에 노출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6대 판매원칙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손해배상 입증 책임전환, 위법계약 해지권 등의 수단도 도입된다. 특히 그간 과태료 성격의 제재만 받던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융회사 영업 관행 자체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다.

또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면 금융당국이 판매를 금지하는 판매제한 명령권도 도입된다. 이밖에 금융소비자 관련 분쟁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길도 마련된다.

현재 여야에선 금소법에 대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금감원 역시 금소법 제정에 맞춰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DLF 사태도 있었던 만큼 국회에서도 이번에는 통과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를 많이 담고 있는 만큼 불완전한 법이라도 통과된다면 대단히 진일보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를 맡은 정무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임시국회 일정을 시작했다. 여기서 논의될 금소법은 지난해 11월 정무위를 통화한 상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별다른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소법은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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