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컷·유동성 정책 대응 효과 지켜볼 것…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도 관심
코로나19 충격 지속에 추가 인하 여지는 남길 수도…가능 여부도 '분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대로 진입한 이후 처음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가 9일 열린다.
지난달 임시금통위에서 빅컷을 단행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금리인하 여지는 남겨놓을 것이란 해석이 따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9일 오전 예정된 금통위에서 4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현재 연 0.75%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시 금통위에서 인하 규모를 0.50%포인트로 크게 조정한 '빅 컷'을 단행한 뒤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공급,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등 여러 정책 대응에 나선 만큼 일단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와 흐름 등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경우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한은에서 금리인하와 함께 RP 무제한 매입 등 다양한 유동성 안정조치를 내놨던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한은의)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시키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4월 금통위에서는 0.75%의 금리를 동결하되 경직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금리인하에 확실한 시그널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금융시장 상황 악화가 지속될 경우 한 번 더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놓을 수 있는 관측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준금리(0.75%)를 감안하면 추가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지만 금리인하 기대는 있을 수 있다"며 "2008년에는 임시 금통위 후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실효하한 금리를 감안하면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은이 실효하한을 근거로 금리인하에 신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이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를 더 내리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비전통적 수단을 통한 유동성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효하한은 통화정책이 유효한 금리 하한선이다. 한은은 수년간 0.75%를 실효하한 금리로 인식했다.
실효하한 금리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실효하한을 과거와 다르게 봐야 한다.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도 제로금리로 간 사례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제로금리로 가고 양적완화를 실시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훼손되느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순채권국이고, 거시건전성도 과거에 비해 개선됐기 때문에 과거 실효하한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판 양적완화'를 비롯해 다양한 조치에 나서고 있는 한은이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는 추가 유동성 조치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금융회사의 소액결제망 차액결제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을 70%에서 50%로 20%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의결한다.
이는 금융회사가 소액자금이체의 차액결제를 보장하기 위해 한은에 제공해야 할 담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가 한은에 납입해야 하는 담보증권 금액은 35조5000억원에서 25조4000억원으로 약 10조1000억원 줄어들게 된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대출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주요 간부회의를 소집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