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위기와 혁신의 반복 역사
재무개선 및 생존전략 동시모색 필요
위기 때마다 과감한 결단과 혁신, 뚝심을 보여온 120년 기업 두산그룹의 힘이 이번에도 발휘될까.
두산 박정원체제가 전례 없는 유동성 위기를 맞아 선대의 위기극복 DNA를 재현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그룹 핵심계열사 두산중공업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
자구안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동안 박정원 회장이 그룹의 미래먹을거리로 삼아 키워온 전지박 및 연료전지 사업 자회사들의 매각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한 만큼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박정원 회장 개인으로서는 부실계열사 두산건설에 미련을 둬오다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만큼 결자해지 차원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에 있어 이같은 허리띠 졸라 매기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식음료 등 소비재 중심 사업을 영위해온 두산그룹은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으로 일대 시련을 맞게 된다.
주력이었던 주류 및 음료사업이 거듭되는 불매운동으로 추락하고 당시 회장이었던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까지 자리를 내놓았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복구 과정에서 외환위기(IMF 사태)까지 겪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핵심계열사였던 동양맥주 등 주류부문을 과감히 매각하고 중공업 회사를 인수하며 현재의 그룹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다. 두산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및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를 주도했던 것은 박정원 회장의 작은 아버지들인 고 박용오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다.
두산그룹은 2005년 또 다른 고비를 맞는데 재계에서 널리 회자된 '형제의 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국내 오너경영의 한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두산은 이 위기를 지주회사체제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 계열사 독립경영 보장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경영기법을 신속히 도입해 극복했다.
이후 2000년대 말 찾아온 글로벌 경영위기부터 2010년대 주력수출시장인 중국시장 부진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중공업 시스템을 유지하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 및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등 힘들게 키워온 자산들을 과감히 매각했다.
두산그룹은 10여년간 조직통폐합과 비핵심자산 매각 등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신사업 발굴에도 힘썼다. 연료전지나 면세점 등 신사업 모색도 당시부터 이뤄진 것이다.
두산그룹이 현재 맞은 위기는 지난 30여년간 그룹에 닥쳐온 태풍에 버금간다. 위기와 동시에 과거 같은 혁신이 필요한 분기점인 셈이다.
두산그룹이 장담한 대로 모든 역량을 동원한 재무개선 작업을 단행하면서도 박정원 회장은 그룹의 청사진까지 그려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박정원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 온 4차산업혁명 시대 적응과 업무효율 향상을 위한 디지털 전환도 재무개선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과감하고 단호한 구조조정을 거듭하며 성장한 저력이 있다"라면서 "현 유동성 위기는 박정원 회장 등 오너가의 위기극복 의지와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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