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 내달초 출시…업계 첫 시도 활성화 이끌까
미국 레모네이드 상장 추진 등 해외선 P2P보험 성업…"젊은층 중심 시장 확대 가능성"
해외에서 앞서 활성화됐던 P2P(Peer-to-Peer) 보험이 미래에셋생명의 주도로 국내에서도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P2P보험은 동일한 위험보장을 원하는 이들끼리 그룹을 형성하고, 구성원의 보험사고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는 상품을 뜻한다.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매년 일정한 보험료를 내야하는 기존 상품과는 확연한 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내달 초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보험가입자 집단의 보험사고 미발생에 따른 이익의 90% 이상을 계약자에 환급하는 입원일당 보험(1일당 보험금 3만원, 6개월 만기, 재가입형)이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무배당 보험손익을 주주지분으로 처리토록 하는 보험업 규제에서 제외되는 특례가 적용됐다.
10명의 고객이 위험보험료 100원을 내면 보험사는 총 1000원의 수입을 얻는다. 이 중 고객들에게 보험금으로 700원을 지급했다면 300원이 남는다. 기존 보험은 300원이 고스란히 보험사의 이익으로 귀속됐다면, 이 혁신금융상품은 차액 300원의 90%, 270원을 각 고객에게 분할해서 돌려준다.
보험료 사후 정산에 따른 무사고 보상, 낮은 사업비(보험료의 10%)에 따른 저렴한 보험료 책정 등 소비자 효익은 증대되고 보험회사 이익은 제한된다. 가입자 집단의 보험료 및 보험금 현황, 사후정산에 따른 환급 내역 등의 공개로 보험상품의 투명성 제고도 기대된다. 이는 구성원 모집·경매와 협상 등 과정이 따르는 P2P보험의 성격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지만, '이익 공유'라는 핵심요소를 담았다는 점에서 P2P보험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첫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공유경제 금융서비스로 출시돼 적은 보험료로 건강관리에 힘쓸 수 있어 가성비를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며 "정착되면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P2P대출이 국내 투자시장에서 대안투자처로 자리잡았듯 P2P보험의 성장 가능성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P2P대출은 금융기관의 마진을 투자자와 대출자가 공유해 더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한다면, P2P보험은 보험사들의 위험보장 역할을 피보험자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취하는 대가만큼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해외에선 P2P보험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업체가 성업 중이다. 미국 레모네이드는 공모금액 1억 달러 규모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P2P 모델을 도입해 보험을 참여자 모두가 이해관계를 같이하도록 변화시킨 선도적 P2P보험사로 평가받는다.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는 가입자 페이스북 계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최대 15명까지 커뮤니티를 형성해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영국 팀브렐러는 보험사나 보험중개사 개입 없이 팀원끼리 보유한 적립금을 통해 상호 위험을 보장한다.
일본도 규제완화에 힘입어 P2P보험이 싹트고 있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회사인 justInCase는 일본 최초의 P2P 암보험인 '더치페이 암보험(わりかん保険)' 상품을 개발하고, 9개 사와 제휴를 통해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암 진단 시 정액(80만엔)의 일시금보험금과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주는 상품으로, 가입 시 보험료 부담이 없는 후불제 방식이다.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활용해 출시한 보험상품이다.
기존의 보험상품은 사전에 약정한 보험사고 보장을 위해 연령 또는 성별에 따라 책정된 보험료를 보험회사에 미리 지불하는 형태인 반면, 더치페이 암보험은 보험사고 발생 시 즉, 보험계약자 중 암 진단자가 발생하는 경우 차월에 사후적으로 보험료가 부과되는 형태다.
보험료는 매월 암에 걸린 사람과 사망자에 지급한 보험금을 연령군별 가입자 수로 나눈 금액에 사업비를 가산해 책정한다. 해당 연령집단에서 암에 걸린 사람이 없으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며, 연령군별 보험료 상한이 설정돼 있어 암 진단자 수가 늘어나더라도 개인의 보험료 부담은 제한적이다. 전체 보험료 중 관리비(管理費) 명목으로 지출되는 사업비 비중은 가입자가 2000명씩 증가할 때마다 1%씩 감소해 계약자 수가 2만명 이상이 되면 35%에서 25%로 하향 조정된다.
보험료의 사용처와 수수료가 공개돼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에 친숙한 젊은 층이 고령층에 비해 가입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JustInCase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P2P보험은 20~40대 사이 젊은 계층의 가입의향이 높고, 저렴한 보험료에 대한 니즈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의 정인영 연구원은 "P2P보험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상품구조, 투명성,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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