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13.% 성장 이후 '저성장 늪'…70년대 낮은 GDP, 부탄보다 부진 심해
북한이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로 접어들기 이전부터 경제성장률이 지속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56∼1989년 북한 경제가 연평균 4.7%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1950년대 후반 성장률이 14%에 달하는 등 일시적 고성장을 일궈냈지만, 1980년대에 이미 2%대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7일 내놓은 '북한의 장기 경제성장률 추정:1956∼1989년'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어업·광업·경공업·중화학공업·정부서비스업 등 주요 7개 산업의 생산량 추이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이같이 추산됐다.
이는 연구팀이 한은의 추정방법을 토대로 북한의 농림어업, 광업, 경공업, 중화학공업, 전기가스수도업, 건설업, 정부서비스업 등 7개 산업의 성장률을 추정한 뒤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추산한 결과다.
북한당국이 발표한 성장률과는 편차가 크다. 북한당국은 1957~60년대 성장률을 21%, 1978년~84년 성장률을 8.8%로 발표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은폐인플레이션' 문제로 통계가 과대추정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기적으로는 1950년대 중후반 연간 13.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가 1960년대 들어 4%대로 낮아진 뒤 1970∼1980년대 2%대로 하락했다.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장은 "이런 성장 패턴은 북한이 경제성장 초기 생산요소 투입 확대를 기반으로 외연 성장을 이뤘지만 이후 내연 성장으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경제는 공업부문의 대규모 투자 등에 힘입어 1950년대 후반에 일시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성 누적, 산업간 불균형 심화 등으로 장기간 저성장 상태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1956∼1989년 북한 산업별 연평균 성장률은 ▲농림어업 2.5% ▲건설업 8.6% ▲광공업 7.3% ▲전기가스수도업 6.7% ▲서비스업 4.6% 등으로 분석됐다.
1961∼1988년 연평균 북한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로, 동유럽 옛 사회주의 국가(소련·체코·루마니아·동독·헝가리·폴란드)나 아시아 사회주의국가(중국·캄보디아·부탄·라오스·베트남)보다도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70년대에는 부진이 심화되면서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이 0.6%로 떨어졌다. 부탄의 1인당 GDP 성장률(0.8%)보다도 낮았다. 1980년대에도 캄보디아(2.9%), 중국(8.1%) 등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의 1인당 성장률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북한은 1.0%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1955년 남·북한의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같았다는 가정 아래 북한의 1인당 실질 GNI가 남한에 역전되는 시점은 1960년대 중반 이후로 추정됐다.
조 실장은 "남한의 1인당 실질소득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데 비해 북한은 1950년대 중후반 크게 성장한 후 장기간 정체 양상을 보였다"며 "이에 따라 남한의 1인당 소득이 1960년대 중후반 북한을 앞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