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오픈뱅킹 신규고객 유입 위한 대규모 혜택 내걸어
증권사·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 급속화하자 '고객이탈 우려'
은행이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던 지급결제 전산망을 업권 전체에 개방하는 '오픈뱅킹' 제도가 제2금융권까지 본격 도입된다. A카드사에서 B은행, C증권사 계좌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단순 '계좌 공급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고객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들은 자사 모바일뱅킹 앱에서 타 금융사의 계좌를 연결한 고객들을 위한 혜택을 대규모로,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의 오픈뱅킹 고객 유치 이벤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 초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 '신한 쏠'에서 다른 은행, 증권사 계좌를 첫 등록한 고객 선착순 8만명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만명), GS25 상품권 2000원권(4만명)을 준다. 계좌를 추가 등록한 고객에겐 65인치 TV, 에어팟 맥스, 커피머신을 추첨 증정한다. 고객 유치를 위해 3억여원에 달하는 물량을 투입한 셈.
KB국민은행은 타 금융기관 계좌 첫 등록고객을 추첨해 최고 100만 포인트리를 추첨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오픈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 계좌에서 출금한 금액으로 자사 수신상품을 신규 가입한 고객 대상으로 3개월간 20여가지에 달하는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하나은행은 오픈뱅킹 최초 가입고객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증정한다.
지방은행들도 오픈뱅킹 고객 유치에 열중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 신규 가입 후 다른 금융기관 계좌에서 광주은행 본인 계좌로 1만원 이상 이체하는 고객 선착순 1만명에게 GS25 편의점 모바일상품권 2000원권을 제공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물량전'에 나선 배경에는 은행 플랫폼을 통해 자산을 관리할 유인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동학개미열풍'이 불면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쏠렸고, 자산운용처를 저축에서 투자로 옮기는 경향이 확대됐다. 증시 활황에 더해 지난해 12월 증권사까지 오픈뱅킹이 확대 도입되면서 증권사 CMA 잔고는 이달 14일 63조8464억원으로 지난해 10월 말(61조2634억원)에 비해 약 2조6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총 잔액이 약 9조7000억원 줄은 것과 대조된다.
증권사뿐 아니라 이르면 3월 저축은행업계에도 오픈뱅킹이 도입된다. 저축은행 또한 증시 열풍에 힘입어 하루만 맡겨도 연 2.0%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예금(파킹통장)이 단기자금 운용처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소재 주요 저축은행 8곳의 파킹통장 잔액은 3조985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2조8000억원 늘어났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오픈뱅킹 고객이 지속 이용할 수 있도록 자사 모바일 플랫폼에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도입해 대응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단서 등 종이서류 없이도 모바일뱅킹 앱 WON(원)뱅킹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7월 쏠 앱을 통해 배달음식 주문·결제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명원 예금보험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종합 금융플랫폼 등장의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고객과의 1차 접점 확보를 위해 플랫폼 지위 획득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주거래은행의 락인(Lock-in)효과 감소로 은행과 핀테크기업 간 경쟁뿐만 아니라 은행 간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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